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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휴전 58주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이용석 과장 "전사자 유해 수습은 시간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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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휴전 58주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이용석 과장 "전사자 유해 수습은 시간과의 전쟁"

입력
2011.07.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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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전쟁 발발 50주년이었던 2000년 봄. 마흔이 넘은 육군 장교는 장의사, 고고학회 회장, 체질인류학과 교수를 찾아 뛰어다녔다. 전쟁 발발 50년 만에 군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전사자 유해 발굴 업무가 그에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해(遺骸)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어디에 가서 어떻게 발굴하고 수습한 유해는 어떻게 보존하는지,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국내에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우연히 떠맡아 개척한 일이 이제 인원 200여명의 국방부 산하 유해발굴감식단으로 성장했다. 그는 국내 유해 발굴의 산 증인, 이용석(54) 유해발굴감식단 조사과장이다.

이 과장은 1977년 육군3사관학교에 입대, 79년 소위로 임관한 후 줄곧 전방에서 일했다. 그런 그가 11년간 유해 발굴에 매달려 온 건 분노와 죄책감 때문이었다. "2000년 4월3일 첫 유해 발굴지가 다부동 전투가 있었던 경북 왜관 근처 328고지였어요. 땅을 파니 성한 유해는 한 구도 없고 부서지고 깨진 뼛조각들만…."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이 전쟁터에 처참하게 버려져 있는 현장을 처음 맨눈으로 확인한 날, 그는 울면서 소주를 삼켰다고 한다.

발굴 첫 해 334구, 이듬해 211구를 발굴했지만 유해발굴은 2003년까지만 하는 한시적인 사업이었다. 6.25전쟁 당시 전사하거나 실종된 국군장병은 16만명. 이중 3만구만 현충원에 안장됐고 나머지 13만구는 남한 산지 곳곳에서 후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장은 "전사자를 이렇게 방치하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겠느냐"며 군을 설득, 영구사업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전국의 산을 누비고 다녔다. 전투 기록과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은 모두 올랐다. 지금까지 오른 산만 500여개. 오해도 많이 샀다. 사람이 오르지 않는 산을 군복 차림으로 힘겹게 오르거나 답사 후 지쳐 내려 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을 주민들이 간첩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주말에 부인과 경남 함안군, 강원 평창 지역으로 답사를 갔다가 부부간첩으로 신고를 당한 적도 있다.

그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발굴지는 경북 칠곡의 유학산. 2007년 한 할머니로부터 '귀신들린 산'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유학산에 오른 이 과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 정상에 하얀 돌 같은 것이 쭉 깔려 있길래 '차돌이 많네'라며 들여다봤는데 모두 부서진 유해 조각들이었어요." 그는 이곳에서 유해 20여구를 수습했다.

하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도 유해 발굴은 쉽지 않았다. 평균 100곳을 파야 유해 1구를 찾을 수 있다. 어렵게 찾아도 신체가 온전히 남아있는 건 15% 정도뿐. 동물에 훼손되거나 비바람에 삭아 치아 한 점만 발굴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과장은 유해 발굴을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전투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망하고 국토개발 등으로 지형이 바뀌고 있어 시간이 없다는 것. 심지어 장마 때도 마음을 졸인다. "장마나 산사태가 오면 유해가 유실 되고, 봄에 얼었던 땅이 녹으면 유해가 점점 부서지니 늘 걱정입니다."

지난해 10월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올 3월 군무원 신분으로 다시 유해발굴감식단에 돌아왔다. 체계적인 유해 발굴을 위해 전국 산을 탐사하며 유해 소재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연말에 '유해 발굴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27일로 6.25전쟁 휴전 58주년을 맞지만 유해발굴감식단이 지난 11년간 발굴한 유해는 모두6,400여구. 이는 전체 유해의 5%에 불과해 할 일이 아직도 태산 같다. "유해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북한군에 부역한 것이 들통날까 봐 제보를 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지금은 연좌제가 폐지돼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니 꼭 제보해 주세요." 그가 몇 번이나 당부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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