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 고속철 수출 꿈도 '벼락' 맞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 고속철 수출 꿈도 '벼락' 맞다

입력
2011.07.26 17:33
0 0

중국 고속철은 경이적인 사건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등 많은 나라가, 2007년 첫 개통한 뒤 4년 만에 세계 최장 네트워크를 구축한 중국 고속철에 관심을 보였다. 우주 개발과 함께 중국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23일 일어난 고속철 추돌사고의 후유증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고속철 수출시장 상실은 국가 이미지 훼손과 함께 가장 큰 상처가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세계 고속철 강자가 되려던 중국 계획이 도전 받고 있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수출 가능성 제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해외에 고속철을 공급하지 못할 것 같다"고 썼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세계 곳곳에 고속철을 깔 기세였다.

지난달 영국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런던이 아닌 버밍엄을 먼저 찾자 530억달러 규모의 런던_버밍엄 고속철 수주를 위한 분위기 잡기란 해석이 나왔다. 주영 중국대사는 "중국이 (고속철의) 노하우와 숙련도 경험을 갖추었다"고 자랑했다. 중국은 올해 말 170억~220억달러가 투입되는 모스크바_상트페테르브루크 고속철 입찰에서도 독일, 프랑스,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됐다. 러시아 측은 중국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없어 입찰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브라질을 비롯, 남미와 중동에도 고속철 수출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 끝에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철 객차 납품과, 말레이시아 객차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중국의 수주 노력을 수포로 돌려 놓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에 본사를 둔 아틀란티스 투자회사의 에드윈 메르너 회장은 "중국이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고속철 수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증권의 한 분석가도 "지금은 고속철 안전이 더 중요해졌다"며 중국이 미국에서 고속철을 수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외신은 이번 사고를 유발한 고속철 전력공급 고장이 25일 베이징_상하이 고속철 구간에서 재발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안전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고속열차 20여대가 3시간 동안 멈춰 섰다. AFP통신은 "중국이 단기간에 구축한 세계 최장 고속철이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과속에서 원인을 찾았다.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 공개 사과하고, 2개월간 전국 철도 시스템을 긴급 점검키로 하는 등 수습을 서두르고 있다. 사고 이틀 만인 25일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사고 구간 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27일에는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부상자 구조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라고 언론에 압력을 넣었다가 역풍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이번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고 고속철 안전시스템과 운행관제 문제를 전례 없이 비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