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국민의 95%가 가톨릭교를 믿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가 마침내 이혼을 허용했다.
AFP통신은 25일(현지시간) 몰타 의회가 이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2표, 반대 11표, 기권 5표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새 법안은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10월부터 적용된다. 몰타 정부는 앞서 5월 이혼 합법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 53%의 찬성으로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몰타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현재 몰타 외에 필리핀, 바티칸이 이혼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몰타에서 결혼을 취소하는 길은 있었지만 가톨릭 교회 법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8~9년이나 걸리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때문에 이혼을 원하는 대부분 부부들이 별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외적으로 이혼이 가능한 경우는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이거나 해외로 나가 이혼하는 방법 뿐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785쌍의 부부가 이런 식으로 결별했는데, 30년 전 7건에 불과했던 이혼 건수는 지난해 47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혼 합법화 법안을 두고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혼 제도 도입에 반대해 온 로렌스 곤지 총리는 “여러 차례 법안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이혼은 맘에 들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법안 통과는 곤지 총리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 의원 35명 가운데 19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능해졌다. 폴 크레모나 대주교도 서신을 통해 “이혼은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찬성표를 던진 이들에게 영성체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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