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보디빌딩협회 주관으로 최근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2011미스터 앤 미즈코리아 대회’. 입상자들은 대부분 ‘프로’들이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몸을 만들어 왔던 선수들이었으나, 이목은 한 신출내기 여성 보디빌더에 쏠렸다. 52kg 이하급에서 3위를 차지한 조용선(35)씨다.
음대를 나와 동네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던 그는 고질병이나 마찬가지였던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려고 운동을 시작했다. “길에 100만원이 떨어져 있어도 못 줍고 그냥 지나갈 거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허리가 좋지 않았어요.” 의사들은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2002년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허리는 더 악화됐다. 그 때 동갑내기 남편(김원봉씨)이 운동을 권했다. 근육이 몸에 붙으면 좀 나아지지 않겠냐는 얘기였다. “주변에서 다 말렸어요. 허리 굽혀 인사도 못하는데 어떻게 무거운 걸 들고 운동을 하겠냐고.”
지난해 7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운동이 그의 생활을 180도 바꿔놓았다. 0.5kg 짜리 덤벨을 혼자 집어 드는 게 출발이었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다리 근육을 써서 앉았다 일어서는 요령을 배웠다. 근육이 붙으면서 건강이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4개월을 보디빌딩에 푹 빠졌다. 빠르게 실력이 느는 조씨를 곁에서 지켜보던 헬스장 관장이 “재능이 있다”며 대회 참가를 권했다.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엔 온통 대회 준비에 몰두했다. 경기 일산 집에서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목동 헬스장으로 ‘출근’했다. 오후엔 본업인 피아노 레슨을 한 뒤 저녁엔 다시 운동을 하는 강행군을 반복했다. 이런 준비를 거쳐 5월 열렸던 제16회 미즈서울대회에 처음 나갔다. 첫 출전이었으나, 52kg 이상급에서 3위를 차지했다. 7개월 만에 거둔, 자신도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손바닥에는 어느새 굳은살이 박였고, 체지방이 빠져 손등엔 힘줄이 도드라져 있다. 영락없는 보디빌더의 모습이다.
피아노 교사에서 보디빌딩 마니아로 변신한 조씨지만 운동을 잠시 쉴 생각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다. 그는 “아이를 낳은 뒤 보디빌더로 복귀해 그땐 전국 대회 우승에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최알참아람 인턴기자(한양대 독어독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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