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철각들이 달구벌을 찾는다.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8월27~9월4일까지 9일 동안 대구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에 속한다. 남녀 47개(남24ㆍ여23) 종목에서 메달 색깔을 다툰다. 단일종목으론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내년 런던 올림픽 전초전 성격이 짙어 내로라하는 챔피언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압권은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다. 그의 출전은 곧 금메달을 의미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을 통해 '볼트=금메달'등식은 증명됐다. 볼트는 이번 대구세계선수권에서도 100m, 200m, 400m계주 3종목 싹쓸이에 나선다. 볼트가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금빛질주가 아니라 압도적인 기량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볼트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때마다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볼트의 맞수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유일한' 라이벌로 아사파 파월(29 자메이카ㆍ최고기록 9초72)이 꼽힌다. 볼트에 앞서 자메이카 육상의 아이콘이었던 파월은 '서브텐(Sub 10ㆍ100m를 9초대에 돌파)'을 역대 최다인 70차례 뛰었지만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금메달은 남의 몫이었다. 그는 올 시즌 9초78을 찍어 볼트를 따돌리고 랭킹 1위에 올라있다.
'백색탄환'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1ㆍ프랑스ㆍ최고기록 9초95)도 대구를 찾는다. 르메트르는 지난해 백인으로서 첫 100m 9초벽을 허물어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황색특급' 류샹(28ㆍ중국)과 다이론 로블레스(25ㆍ쿠바), 데이비드 올리버(29ㆍ미국)는 허들 110m에서 정면충돌한다. 류샹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부상으로 중도 기권한 이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공)는 사상처음으로 장애의 몸으로 세계선수권 무대에 선다. 피스토리우스에 맞서 제레미 워리너(27), 라숀 메릿(25ㆍ이상 미국)등 전통의 강자들이 텃밭 사수에 나선다. '아프리카의 자랑'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3ㆍ케냐)도 처음으로 대구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루디샤는 지난해 800m 세계기록을 연거푸 경신하는 등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케네니사 베켈레(30ㆍ에티오피아)는 5,000m와 1만m 쌍끌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베이징올림픽과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두 종목을 석권한 베켈레가 대구에서 1만m 챔피언에 오르면 대회 5연패를 일군다. 남자 멀리뛰기에선 드와이트 필립스(34ㆍ미국)가 22년 동안 꿈쩍 않고 있는 8m95 경신을 위해 날개 짓을 다듬고 있다.
'육상의 꽃'인 마라톤은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불참해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다. 공인, 비공인 세계기록 보유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ㆍ에티오피아)와 제프리 무타이(30ㆍ케냐)가 불참한다. 게브르셀라시에는 9월25일 베를린 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무타이 역시 대구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실제 세계선수권대회는 상금이 비교적 적어 마라톤 B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벨 키루이(29ㆍ케냐ㆍ최고기록 2시간5분04초)가 2연패에 출사표를 던졌다.
달구벌을 찾는 여자부 최고 스타로는 단연 옐레나 이신바예바(27ㆍ러시아)다.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만 27차례 경신한 이신바예바는 앞선 베를린대회에선 예선탈락으로 자존심에 큰 흠집을 입었다. 대구에서 명예를 회복하고 '미녀새'에 걸 맞는 신기록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0m에선 베를린 금ㆍ동메달리스트 셸리 프레이저(25ㆍ자메이카)와 카멜리타 지터(32ㆍ미국)가 재격돌한다.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ㆍ자메이카)과 앨리슨 펠릭스(26ㆍ미국)는 200m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고, 펠릭스는 특히 400m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한다. 성 정체성 논란을 빚은 카스터 세메냐(20ㆍ남아공)는 800m 2연패를 향해 신발끈을 질끈 맸다.
높이뛰기에선 블랑카 블라시치(27ㆍ크로아티아ㆍ최고기록 2m8cm)가 3연패 이상무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23일 안나 치체로바(29ㆍ러시아)가 2m7을 넘어 단숨에 시즌 랭킹1위로 뛰어올라 블라시치의 금빛 도약에 비상이 결렸다.
워낙 동안(童顔)이라'아이의 얼굴을 한 파괴자'란 별명을 얻은 트루네시 디바바(26ㆍ에티오피아)는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5,000m와 1만m 동시석권에 나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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