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6세인 김모씨와 유모씨는 충남 아산시에서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 사이. 이들은 은퇴 후 고향에서 함께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생활은 천양지차다.
김씨는 매달 국민연금과 함께 민간 보험회사에서 연금을 수령한다. 월 수급액은 약 160만원.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손자들에게 가끔 용돈을 주고 부인과 함께 생활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는 34년간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며 135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넣었고, 국민연금 수급액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 민간 연금보험 상품에도 20년간 가입했다.
반면, 유씨는 수입이 전혀 없다. 30년 이상 운영하던 과일가게를 5년 전 건강 악화로 그만두면서 수입원이 사라졌다. 자식 3명이 매달 20만원씩 보내주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유씨는 30년 이상 새벽부터 밤 늦도록 열심히 일한 결과가 고작 이건가 싶어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그에겐 노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가게에서 나온 수입으론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대기에도 벅찼다. 소득이 적다 보니 국민연금도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넣지 않았다. 유씨는 "연금조차 받지 못하는 나 같은 노인들은 죽음만 기다려야 한다"고 한탄했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노후 준비는커녕 국민연금조차 수령하지 못하는 연금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도 연금 수령액 등의 차이로 은퇴자의 소득 격차가 최대 5배 이상 벌어지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올해 4월 조사한 '우리나라 중ㆍ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퇴직과 동시에 준비된 연금을 받는 그룹)의 월평균 소득은 183만원에 달했다. 노후에 필요한 최소 생활비 평균치(1인당 월 60만7,500원)를 3배 이상 웃도는 액수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등에 투자하며 철저히 노후 준비를 한 덕분이다.
하지만 빠듯한 살림 탓에 국민연금을 넣지 않은 그룹의 은퇴 후 소득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49만845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평균 30만원 안팎이었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민연금을 넣지 못하는 납부예외자는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1,953만5,000명)의 25%인 491만4,00명이나 된다. 이들은 은퇴와 동시에 국민연금조차 받지 못하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납부예외는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소득이 없다고 신고하는 사람 등에게 보험료 납부를 면제해주는 제도이지만, 납부 예외기간은 연금 산정 대상이 아니어서 노후에 연금을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공적 연금에서도 빈부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저소득층이 일을 하는 동안 국민연금만이라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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