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베테랑 카델 에반스(34)가 도로 사이클 입문 20년 만에 세계 최고의 꿈을 이뤘다.
에반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 98회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 대회)에서 전체 21구간 3,430.5km의 거리를 86시간 12분 22초 만에 주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에반스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곳에 호주 국기가 휘날리게 돼 영광스럽다. 국민들에게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 나를 믿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벅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에반스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 한편의 영화와 같다. 부상과 거듭된 불운에도 '옐로 저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7번째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 에반스는 2차 대전 종료 후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고 호주 선수로는 처음으로 종합 우승자가 입는 '옐로 저지'의 주인공이 됐다.
에반스는 '불운의 대명사'였다. 산악 자전거 선수였던 에반스는 2001년 도로 사이클에 입문해 2005년부터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했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7년 알베르토 콘타도르(스페인)에 간발의 차로 뒤져 2위에 머물렀고, 콘타도르가 나서지 않은 2008년에는 '복병' 카를르소 사스트레(스페인)에 발목을 잡혔다. 같은 해에 전방 무릎 십자 인대 파열의 부상까지 당했다. 2009년에는 30위로 처졌던 에반스는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초반 선두를 달리며 정상 등극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지만 충돌로 왼 팔꿈치 골절의 중상의 불운으로 눈물 속에 우승 꿈을 접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 후보로조차 꼽히지 않았다. 불운 속에 전성기가 마감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에반스는 '퇴물' 취급을 비웃기라도 하듯 1구간부터 8구간까지 선두권을 달렸고 체력이 달릴 것으로 전망된 산악 구간에서도 선두권과 2분 격차 이내를 유지하며 선전했다. 20구간에서 선두로 뛰어오른 에반스는 크렌데일과 파리 샹제리제까지의 최종 95km 구간을 2시간 27분 2초에 주파,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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