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저축은행 사태로 실추된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쇄신책을 어제 내놓았다. 감사기간 감사장소가 아닌 곳에서의 직무 관련자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고, 최근 3년 내 정당 가입이나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정치 경력자를 감사위원 임명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핵심이다. 부득이하게 직무 관련자와 식사해야 할 경우 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하고, 통상적인 관계에서 3만원 범위 내로 이뤄지는 간소 식사도 보고를 의무화했다. 원장-직원간 ‘핫라인’을 통해 압력이나 청탁 등을 신고하도록 한 조치도 눈에 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감사원의 위상을 여지 없이 무너뜨렸다. 헌법상 최상위 감독기관으로서 부패 척결과 공직기강 확립의 최선두에 서야 할 감사원까지 비리에 연루된 사태에 국민들의 분노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내놓은 쇄신책은 정치 오염을 차단하고 내부기강을 다잡아 실추된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로 풀이된다. 감사원이 이를 통해 거듭나는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쇄신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식사 금지 기준인 직무 관련성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엄격하게 식사를 금지하면 공직자 비위관련 정보 수집활동이 제약 받는 등 역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비리는 대개 관행적 식사나 모임을 빌미로 이뤄져 왔다.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감사 담당직원의 식사모임이나 사소한 접대 등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우리에 비해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고 투명하게 공직자들의 식사 모임 등을 관리한다.
아쉬운 점은 독립성 강화 부분이다. 물론 은 전 감사위원 사건을 교훈 삼아 정치경력자들의 감사위원 제청을 배제한 것은 의미 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끊이지 않았던 감사원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는 미흡하다. 감사원의 독립적 직무 수행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없게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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