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하늘 길을 차지하기 위한 저가 항공사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동남아 국가들이 저가항공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그 동안 이 시장 자체를 외면했던 일본조차 본격적인 저가항공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동북아에선 유일하게 저가항공시장에 진출한 우리나라로선, 규모와 노하우로 무장한 일본의 도전에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무주공산
그 동안 동아시아 권에서 저가항공 비중은 높지 않았다. 일본엔 저가항공사 자체가 없었고,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사실상 동아시아 저가항공시장은 무주공산이었던 셈.
현재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우리나라 저가항공은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이중 티웨이항공을 제외한 4개사가 국제선을 띄우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은 일본 태국 홍콩 필리핀 등 4개국 11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출자한 진에어도 일본 중국 태국 괌 마카오 필리핀 6개국에 들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가 세운 에어부산은 일본 타이완 필리핀 홍콩에, 이스타항공은 일본에 취항중이다. 이중 제주항공은 21일 현재 국제선 누적승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일본의 도전
말레이시아의 국영 에어아시아는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 전일본공수(ANA)는 일본항공(JAL)에 이어 일본 2위인, 우리나라로 치면 아시아나항공에 해당하는 대형항공사다. 이 두 회사가 손을 잡고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 재팬'을 설립했다.
에어아시아 재팬은 도쿄 나리타공항을 근거지로 내년 8월부터 일본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동시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합작으로 ANA는 저가항공 시장에 진입하게 됐고, 동남아시아를 석권한 에어아시아는 동북아 지역에도 항공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ANA는 뿐만 아니라 홍콩의 한 투자그룹과 손잡고 '피치'라는 저가항공사를 설립, 연말부터 간사이공항을 기반으로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법정관리중인 JAL 역시 호주 콴타스항공 자회사인 제트스타와 손잡고 저가항공사 설립에 나설 예정이다.
저가항공이 일찍 시작된 동남아국가들도 세를 넓혀가고 있다. 필리핀의 세부퍼시픽, 인도네이아의 라이언에어, 인도의 인디고 등 기존 동남아 저가항공사들은 현재 보유 항공기 규모를 대폭 확충하면서 취항노선도 늘려가고 있다. 싱가포르항공과 타이항공도 각각 자회사 형태로 저가항공사를 만들어 내년부터 동북아 노선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없을까
아직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입지가 확고한 상태는 아니다. 최근 국제선 수송분담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50%대에 육박하는 국내선과는 달리,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공룡 에어아시아가 일본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다면 우리나라가 선점한 동북아 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우리나라 저가항공사들은 소유 비행기를 다 합쳐도 35대인데, 에어아시아는 2배가 넘는 110대를 갖고 있으며 현재 300대를 추가 주문해놓은 상태다. 한 해 실어나르는 여행객만 무려 2,600만명. 기존 대형항공사가 저가 항공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과 달리, 에어아시아는 거꾸로 장거리전문 항공사를 자회사로 뒀을 정도. 이런 에어아시아가 세계적으로 '안전한 비행기'인식이 강한 일본 대형항공사와 손잡을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란 얘기다. 진에어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사이에는 2~4시간 정도 소요되는 노선이 많아 국내선 경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가격과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국내 저가항공사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단거리 노선에서 저가항공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아짐으로써 시장 파이자체가 커질 것"이라며 "오히려 동아시아권 노선에선 기존 대형 항공사들의 비중이 줄어 저가항공이 아예 주력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아시아 항공여객수는 2009년 6억4,000만명에서 2014년엔 10억명으로 급증할 전망. 월스트리트저널은 2015년엔 저가항공의 시장점유율이 26%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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