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사교육 대책인가, 아니면 아까운 세금만 날리는 졸속 방안인가.
일명 '학파라치제'(학원 불법교습 신고포상금제)가 이번 달로 시행 2년을 맞았지만 정착은커녕 제도 효율성 및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학원법은 학파라치제를 합법적인 제도로 인정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에서는 당초 의도한대로 사교육비 경감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9,000여 건의 학원 불법행위에 포상금이 지급됐고, 이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사교육비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공교육이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도 학파라치제는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학파라치제를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보는 쪽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김혜숙 연세대 교수 등 이 제도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 30억원이 넘는 포상금 지급이 고스란히 사교육비 경감으로 나타났다는 정부 발표는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포상금 지급과 사교육비 경감은 무관하다는 게 반대쪽 해석이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고, 되레 사교육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찬성
2009년 7월 정부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학파라치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학파라치제도의 도입은 학원, 교습소 및 개인의 위법사항에 대한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파라치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보완효과에 대한 의문과 사회 불신과 밀고 등의 풍토 조장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제도권 교육으로서의 공(公)교육이 성립하면서부터 사(私)교육은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런 의미에서 사교육의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공교육만을 유일한 교육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보완재 없는 지극히 경직된 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사교육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한다면 그 역할과 기능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교육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기본틀에서 유지되는 존재임이 명백하며, 사교육은 공교육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역시 국가가 정한 틀 내에서 존재해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하는 대체재로 역할과 기능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교육은 이미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되어 국가 교육의 기본틀을 흔들어 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오늘의 우리 공교육과 사교육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고 한다면 사교육에 대한 제한 조치는 물론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이미 공교육비 지출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사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러 공교육 붕괴를 초래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더불어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였으며, 국민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비관적인 비판을 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죽하면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되었음을 우리는 다시 헤아려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학파라치제도가 가장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당국자를 포함한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세계의 어느 정부가 국민의 생업을 막고,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고, 불신과 밀고 풍토를 조장하는 행위를 하겠는가? 이 제도를 도입한 정부의 주된 의도는 학파라치제도를 통해 사교육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하여, 우리의 큰 골칫거리인 사교육비 경감 효과와 더불어 공교육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학파라치제도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을지라도 사교육비 경감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며, 앞으로 이 제도의 내용을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그래도 국민들로 하여금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
김명수 한국교원대교수
●반대
학원 신고포상금제, 일명 '학파라치제'는 정부의 세수 증대, 물가관리 차원에서는 나름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의미있는 사교육 대책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사교육 문제를 풀기 위한 온갖 노력은 감옥에 보낸다는 으름장이든 국가 수준에서 방송이나 온라인으로 과외를 제공하는 것이든 결국 모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부 들어 고육지책 아이디어로 나온 학파라치제 역시 또하나의 몸부림일 따름이다.
교육당국은 지난 2년 동안 4만9,000여건의 신고가 접수돼 8,700여건 34억원의 포상금 지급이 있었다면서 마치 혁혁한 전공을 자랑하듯 한다. 이제 학원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까지 갖추었으니 학파라치제는 당분간 사교육비 경감 비책으로 위세를 떨칠 모양이다.
그러나 내막을 한번 따져보자. 첫째, 학파라치 포상금 지급의 결과, 사교육비 경감이 이루어졌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비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학생수, 경제 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된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 포상금 지급이 주로 등록위반, 수강료 초과징수, 미신고 개인과외교습 등에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세원이 드러나니 세수 확대, 물가관리에 약간의 효험이 있을지언정 사교육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둘째, 학파라치 제도는 수퍼박테리아처럼 사교육 시장의 내성을 길러줄 가능성이 크다. 당국도 미등록 영세 학원, 개인 중심 단속이 주가 된 점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불법 개인고액과외 적발을 독려하겠다고 한다. 내 아이는 몰래 과외시켜서라도 남들보다 앞서게 하겠다는 학부모의 빗나간 교육열 앞에서 군사정부 시절의 불호령도 먹히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인데, 그게 도대체 가능하다고 보나.
셋째, 좋은 목적이라도 방법이 나쁘면 안되는 것이 교육인데 학파라치제의 접근 방식은 비교육적이다. 앞으로 학파라치 전업자가 새로운 풍속도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한 포상금제의 불가피성을 일부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교육 부문에서의 학파라치제는 비교육적인 방식의 폐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 상황은 난치병에 걸린 환자가 근본 치료는 받지 못하고 열나면 열내리는 약, 배 아프면 통증 완화제를 써서 증세만 관리하는 것과도 같다. 학교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제대로 못가르친 것이 사교육문제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지나친 학벌지향의 사회가 병폐의 주원인이기 때문에 30년 후를 내다보며 고졸자 일자리 창출과 고졸- 대졸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적 노력, 가치관과 태도를 바꾸는 문화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근본적 치료 방향이다.
학파라치제는 증세 완화용에 불과하며 비교육적이고 내성을 길러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혜숙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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