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을 가진 자의 힘은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는 10만명의 힘에 맞먹는다."
노르웨이 연쇄테러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다. 브레이빅은 19세기 영국의 자유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개인의 자유와 신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을 테러를 정당화하는 데 인용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신념은 반이슬람, 극우민족주의를 향해 있었다. 노르웨이 경찰은 23일 "브레이빅은 기독교 근본주의자이며, 정치적 성향도 우파 쪽에 경도돼 있었다"고 밝혔다.
브레이빅이 확신범이라는 정황은 그가 여러 온라인 매체에 게재한 글을 보면 분명해진다. 그는 반이슬람 성향의 논평들을 다루는 도쿠멘트에 "오늘날의 정치는 민족주의와 국제주의간의 싸움"이라며 민족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보수적 기독교인으로 소개한 페이스북에는 비밀결사조직 프리메이슨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2009년 한 온라인 포럼에 올린 글에서는 "무슬림과 함께 사는 것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이슬람주의 시각을 분명히 했다.
브레이빅이 스웨덴 신나치 인터넷 포럼 노르디스크의 회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럽의 극우주의 활동을 감시하는 엑스포재단은 "브레이빅의 이메일 주소를 지닌 필명이 2009년 노르디스크에 프로필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설립된 노르디스크는 북유럽의 정체성과 전통을 주제로 난민ㆍ이주민 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공유하는 극우주의 단체다. 그는 1997~2007년 노르웨이 극우정당 진보당(FrP)의 청년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브레이빅은 이미 사건 며칠 전 1,500쪽 분량의 성명서와 그 내용을 요약한 동영상(12분)을 온라인에 게재해 범행을 암시했다. '2083-유럽 독립선언서'라고 이름 붙여진 성명에는 다문화주의와 이슬람 이민자에 대한 비판, 폭발물 입수 경위 등 테러 이유와 준비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현지 언론들은 "연쇄테러가 적어도 2009년부터 계획됐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그는 2009년 농산물업체를 설립했는데, 이 부분 역시 "폭발물(재료) 구입 과정에서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위장막을 만들어놓기 위해서"라고 성명에 적시했다.
현지 언론은 브레이빅이 노르웨이 수사당국에 "이번 테러를 혼자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24일 테러 관련 혐의자 6명을 체포했다 석방하는 등 공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또 브레이빅이 2002년 영국 런던에서 극우단체 템플기사단의 재건과 관련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기 때문에 유럽의 안보관계자들이 그와 다른 극우주의자와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가 1905년 사형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브레이빅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21년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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