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생한 중국의 고속철도 추돌사고가 인재(人災)로 드러나면서, 중국의 과학기술과 시스템 운영의 허점이 다시 노출됐다. 중국식 속도 지상주의가 부른 비극이란 비판이 중국 안팎에서 나온다.
추돌사고를 일으킨 고속열차 둥처(動車)는 중국이 자랑하는 1세대 고속열차이다. 이번처럼 중국 고속철이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전력공급이 끊겨 정차한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앞서 20일에는 상하이_난징 고속철이 전기공급 중단으로 멈춰 섰고, 베이징_상하이 고속철 역시 개통 13일 만에 급정차 사고가 발생해 승객들이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둥처가 정차한 사실을 모른 채 뒤따르던 다른 둥처가 달려와 들이받으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운행시간이 10분~26분 가량 차이가 나 추돌을 막을 시간이 충분했던 점은 거꾸로 앞으로 유사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의 직접 원인이 고속철도 시스템의 부재에 모아지며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속철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자 중국 내 비난여론도 비등해졌다. 중국 언론들은 세계 최고라는 중국 고속철 기술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며 국제 특허 신청을 추진하는 고속철 기술은 사실 일본, 독일, 프랑스의 기술을 혼합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중국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한 네티즌은 "고속철은 안전하게 빠르게 달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 이것이 빠르게만 달리는 것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 "(중국에서)하늘을 나는 것보다 땅 위를 달리는 것이 더 위험해졌다"고 적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거대한 중국 고속철 네트워크가 지난 수개월간 계속되는 비리 스캔들과 안전 사고로 타격을 입고 있다"며 무리한 고속철도 확장사업, 철도비리 등에 연계시켜 이번 사고의 의미를 평가했다.
중국이 베이징_상하이 1,318㎞를 4시간 50분에 주파하는 세계 최고 속도의 고속전철을 개통해 전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 지난달 30일. 이후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중국의 자부심이던 고속철은 중국의 불명예로 전락한 모습이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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