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다다브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수용소가 있다. 동부 아프리카를 덮친 최악의 가뭄 탓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말리아의 난민들이 44만명이나 수용돼 있다. 그런데 이 곳에 소말리아 남성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8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다. 소말리아 남성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알자지라방송은 21일(현지시간) 남편과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소말리아 여성 난민의 실상을 전했다.
야로이 시라트 무함마드도 그 중 하나이다. 4명의 자녀와 함께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그는 소말리아 남부 베이에서 한 때 100마리가 넘는 염소를 키웠다. 하지만 5년째 계속된 가뭄으로 살아남은 염소는 불과 10마리. 기근을 참다 못한 이웃들의 탈출이 시작됐을 무렵 남편은 어디론가 남은 가축을 몰고 나갔고, 그 길로 부부는 헤어졌다.
소말리아 농경사회에서 가축은 부(富)의 근원이다. 남성들은 가축을 먹이기 위해 몇 날, 몇 달씩 목초지를 찾아 떠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앤드류 완더 언론담당 책임자는 "소말리아 목축민들은 최후의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절대 가축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가 자녀들을 데리고 수용소를 향해 수백㎞의 여정을 떠날 때 남편은 묵묵히 가축 곁을 지켰다.
반복되는 납치와 유괴도 남성들의 수용소행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이다. 소말리아는 영토의 80%를 이슬람무장세력 알샤바브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유엔이 지지하는 정부를 전복할 목적으로 내전에 투입할 병력을 모으는 데 혈안이 돼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은 "알샤바브 반군이 케냐 국경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을 점거하고, 젊은 남성들을 납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밝혔다.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알샤바브는 특히 최전선에서 총알받이로 쓸 요량으로 12~18세 사이의 소년들을 납치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NHCR 관계자는 "납치를 무릅쓰고 수용소행을 택하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편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전체 인구의 약 40%인 370만명이 심각한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은 20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중ㆍ남부지역인 바쿨과 로워샤벨을 '기근 지구'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악의 기근에 시달리는 동아프리카지역을 돕기 위해 191개국 장관 및 비정부기구(NGO)ㆍ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25일 열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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