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신기루, 거의 사기…, 흑자 올림픽은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가 64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일각에서 나온 비판들이다.
스포츠대회나 국제회의 등 각종 대규모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최측이나 경제연구소들이 발표해온 이른바 경제적 효과는 황당하리만큼 규모가 크다. 이는 주최측이 부풀린 것이기는 하나 종국적으로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이런 보고서들을 확인 절차나 여과 없이 그대로 인용하는 언론들의 행태도 문제다.
지난해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직접적인 효과가 2,667억원, 간접적인 효과 31조80억원 등 총 31조2,74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취업유발 효과 16만5,000명, 수출확대 효과 20조원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덧붙였다.
직접적인 효과 2,667억원은 신빙성이 있다 치더라도, 간접 효과가 31조원을 넘어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G20은 며칠만에 끝이 났고 세계 만방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것이 30조원의 유발 효과를 발휘했다는 조그마한 징후조차 8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 곳에서도 포착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수치가 발표된 직후 한국무역협회 대전ㆍ충남본부는 G20의 경제효과는 총 450조원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10배 이상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한국의 1년 예산을 대략 300조원이라고 잡아도 그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아무리 따져봐도 허구라는 느낌이다.
8월에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유사하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 대회의 생산유발 효과가 무려 5조5,876억원에 이르고, 부가가치가 2조3,406억에 이른다고 했다. 여기에 대구의 브랜드 가치가 50억 달러 상승하고 고용유발 효과만 6만2,821명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줄잡아도 1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인데, 육상대회 하나로 과연 이만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64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조목조목 통계에 가중치 등을 넣어서 꼼꼼하게 과학적으로 만든 흔적이 보이기는 한다. 올림픽 개최 후 10년간 추가 관광객 유치 32조2,000억원, 시설ㆍ교통 등 투자 16조4,000억원, 국가 브랜드 제고 11조6,000억원, 연관 소비지출 4조7,000억원 등이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총 40조원으로 추정했다.
다른 수치들에 관해서는 일단 전문가들을 믿어본다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볼 때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추가 관광객 유치로 10년간 32조2,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유발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이는 매년 3조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7년 후라지만 과연 이만한 관광객 유치 효과가 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연간 관광수입이 10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할 때, 평창이 그 중 3분의 1을 추가하게 된다는 얘기인데, 무리한 추산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연구위원은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과학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최대치를 중심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관광객 수 등은 실제 올림픽이 끝난 뒤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76년 올림픽을 개최한 몬트리올, 1992년 바르셀로나는 과잉 투자로 올림픽이 끝난 후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바로 지난해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의 벤쿠버는 5조~10조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돼있고,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일본 나가노는 지금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무형의 가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기업의 글로벌 홍보 효과 등의 지극히 간접적인 효과를 수치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경제학적으로는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대회 자체의 흥행에서는 흑자가 나겠지만 이를 치르기까지 지역사회가 돈을 쏟아붓기 때문에 무조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스포츠에 과도하게 열광하는 스포츠 민족주의와 지역 개발에 대한 환상이 맞물려서 분출되는 것이 이같은 스포츠 메가 이벤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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