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1층 갤러리. 사진작가로 변신한 이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마련한 사진전이 열렸다. 판매 수익금 등은 병원 내 불우환자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기로 한 '착한 전시회'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의학 드라마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시간을 쪼개서 쓰는 종합병원 의사들의 사진전이 궁금해질터. 사연이 있었다.
영상의학과 교수 68명 중에서 사진전엔 8명이 참여했다. 주축은 김남국(39), 서준범(44) 교수다. 이들은 2008년 말부터 1년간 함께 미국 연수를 하면서 틈나는대로 서부지역 국립공원 20여 곳을 돌며 사진 마니아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느꼈던 외로움을 달랜다는 의도도 있었다.
나름의 공을 들여 찍은 소중한 사진들은 한동안 잊혀졌다. 2009년 말 귀국했지만 다시 숨가쁜 병원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여행사진집 를 펴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캠핑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들이 들어 있어 호응이 좋았다.
뜻밖의 좋은 반응에 힘을 얻은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사고'를 치기로 뜻을 모았다. 다른 의사들과 함께 아예 사진전을 열기로 한 것이다.
올해 초 교수회람을 통해 사진전 소식을 알리자 이진성, 윤종현, 성규보, 김형중, 신지훈, 송호영 교수 등 6명이 동참했다. '사진작가 8인방'은 휴일 등을 이용해 한 달에 한두 번 경복궁 등 국내 명소를 찾아 카메라에 풍경을 담았다. 해외학회에 참석할 때도 카메라는 잊지 않았다.
이렇게 모은 사진 200여장 가운데 엄선된 60여장의 사진이 이날 전시회에 걸렸다. 김남국 교수는 "영상의학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유독 사진을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는 30~60대로 다양하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만큼은 똑 같다"고 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도 관심을 보였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프로작가의 사진인 줄 알았다"며 "환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준범 교수는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전시회를 또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총 60여 점이 전시되는 행사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최알참아람 인턴기자(한양대 독어독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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