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성적 충동 때문에 통제력이 떨어지는 아동 성폭행범은 앞으로 화학적 거세의 일종인 약물치료를 강제로 받게 된다.
법무부는 22일 아동(16세 미만) 성폭력 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19세 이상 성인 성 도착증 환자에 대해 약물치료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2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약물치료 제도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도입했으며 미국 일부 주(州)와 독일, 폴란드, 북유럽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검사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통해 성 도착증 환자를 판별한 후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할 경우 법원은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해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치료명령 3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은 세계적으로 성충동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루크린' 등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가 주로 사용된다. 이 약물은 황체형성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성욕을 자극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게 된다. 성적 충동이나 환상을 줄이고 발기력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재 전립선 암 치료에 사용되고 부작용도 충분히 검증됐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치료명령은 출소 2~3개월 전부터 검사의 지휘로 받아 보호관찰관이 집행하며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이 법 시행 전에 형이 확정됐거나 법 시행 이후 치료명령이 선고되지 않은 수형자도 가석방 요건을 갖추고 치료에 동의하면 치료명령을 결정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약물치료는 중단 즉시 성기능이 원상으로 회복되고 약물치료 실시 6개월 이후부터 치료경과에 따라 치료기간 단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진단과 치료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 의료진이 맡고 11곳의 민간의료기관도 참여할 예정이다. 연간 50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 약물치료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지만 성폭력 수형자가 치료에 동의해 법원이 치료명령을 결정한 경우에는 본인 부담이다.
미국 오레곤주에서 2000~2004년 5년간 가석방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률을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에 불응한 수형자는 5명 중 1명꼴로 재범을 했지만, 약물치료를 받은 79명은 모두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약물 치료가 본인 동의 없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애초 2008년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을 때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지난해 6월 본인 동의 부분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검찰 청구로 법원이 결정하는 방식은 인권 보호 측면에서 올바르지 않다. 법원의 재판 결과와 함께 치료 여부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문 법무부 보호법제과장은 "약물치료는 조두순, 김길태 사건 같은 끔찍한 범죄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전자발찌 제도 및 신상공개 제도와 함께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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