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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제국의 탄생' 제국, 집단 연대의식이 성쇠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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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제국의 탄생' 제국, 집단 연대의식이 성쇠 좌우

입력
2011.07.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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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탄생/피터 터친 지음·윤길순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552쪽·2만5,000원

하나의 도시로 출발해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전체를 지배하는 번영을 이룬 로마제국,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식민지를 늘려 한때 세계 영토의 4분의 1까지 지배한 대영제국, 세계 정치ㆍ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동안 '현존하는 제국'의 성격을 지녔던 미국….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거대 인간집단인 제국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또 그 영광이 영원할 듯 보였던 이들 제국은 왜 다시 몰락의 길을 걷게 될까.

<제국의 탄생> 은 제국의 영화와 쇠퇴의 순환 고리를 풀고 이를 통해 현대사회가 처한 위기의 해법을 찾고자 한 책이다. 미 코네티컷대 생태학ㆍ진화생물학과, 수학과의 조교수인 저자는 수학과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이 같은 역사의 주기적 양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제국을 영토가 넓고 복잡한 권력 구조를 가진 다민족 국가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같은 제국의 흥망성쇠를 물체의 운동과 힘의 관계를 다루는 동역학(動力學)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즉 민족성이나 군사력 같은 내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마치 단층이 생기는 과정처럼 각기 다른 문명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제국이 움튼다는 설명이다. 이 충돌을 견디기 위해 각 집단이 강력한 내적 결속을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이 같은 협력의 역량을 14세기 아랍 사상가 이븐 할둔이 제시한 개념인 '아사비야', 즉 집단 연대의식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로마가 세계를 제패한 바탕에는 강력한 무기나 많은 인구보다 로마인이 공유했던 헌신과 믿음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국의 몰락 역시 침략과 재난이 아닌 아사비야의 소멸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국가가 융성하면 부유층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하위 계급도 부를 쌓아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분배의 불평등과 부패가 뒤따르고 이는 계급 간 갈등, 즉 사회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아사비야의 개념은 산업사회 이전 제국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의 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 초국적 거대기업 조직의 움직임에도 적용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오늘날의 불평등과 무한경쟁은 거대한 사회 붕괴의 신호이며 인류가 장기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집단 간 충돌은 집단 내 연대의식의 상승을 가져오고 사회 내부의 경쟁은 결속력을 떨어뜨린다는 식의 단순화한 제국 흥망성쇠 이론이 상당히 과격하게 느껴지지만 역사학자가 아닌 생물학자가 바라본 새로운 시각의 역사서라는 점에서는 흥미롭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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