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을 둔 가정주부 양모(46)씨는 요즘 일명 '거품 뺀 치킨'을 즐겨 찾는다. 배달을 하지 않고 치킨에 딸려오는 음료수 소스 심지어 나무젓가락조차 없는 대신, 가격은 다른 배달치킨(1만원 이상)보다 훨씬 싼 8,000원 대이기 때문이다. 양씨는 "직접 가서 사와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어차피 콜라 등은 안 마시기 때문에 일반 배달 치킨보다 가격이 절반까지 사니까 좋다"고 말했다.
천정부지 오르는 물가에 '거품 뺀 다이어트 제품ㆍ매장'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좀 불편함은 있지만, 그래도 군더더기는 최대한 뺀 제품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
사실 경품 쿠폰 서비스메뉴 등이 많으면 소비자들은 포만감을 느끼지만 결국은 그것이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다. 때문에 단촐하지만 꼭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자잘한 거품을 뺀 매장과 제품들이 고물가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장관들에게 물가안정을 위해 요구한 '발상의 전환'도 이 같은 생활속 작은 거품제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 먹을거리인 배달 치킨 업계에서는 요즘 이런 거품 뺀 치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치킨마루의 경우 지난해 대형마트들 사이에서 '통큰 치킨' 논란 이후 가맹점이 다달이 10개 이상씩 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약 230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회사 부어치킨도 이미 지난해 말 전국 가맹점 500개를 넘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들은 TV광고는 물론 전단지 광고조차 거의 안 한다. 배달을 안 하니까 전화번호를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 대신 배달인건비에서 최소 마리 당 1,000원은 절감된다. 부어치킨 관계자는 "TV광고 한 번 내보내면 수 백만~수 천만원이 든다는 말에 광고를 포기했다"며 "양념소스나 콜라도 필요 없다는 고객들이 많은데 굳이 무조건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사천신짬뽕은 재료, 국물 등을 본사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원가를 낮추면서 마일리지, 쿠폰 같은 할인제도를 없앴다. 대신 가격을 3,800~4,500원으로 내린 결과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거품 지출 항목으로 꼽히는 돌잔치 장소도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없애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플로렌스 파티하우스'는 사진촬영 등 추가비용을 없애는 대신 메뉴 가격을 일반 뷔페 웨딩홀에 비해 10% 이상, 호텔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였다.
또 자체 개발한 '카운팅 시스템'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 회사 관계자는 "매장 입구 컴퓨터와 홀의 모니터를 연결해 아기 부모들이 실시간으로 손님 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부모들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추가 주문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직영 매장 8곳을 운영 중인데 토요일 저녁의 경우 9개월 이후 스케줄까지 꽉 찼고 올해 매출(70억원 예상)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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