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SK텔레콤과 STX의 실사개시(25일)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지분매각조건, 즉 구주(舊株)매각이냐 신주(新株)매각이냐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채권단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구주을 많이 매각하려 하고 있지만, 이 경우 '론스타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와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즉 이미 갖고 있는 구주는 총 15%(8,850만주) 규모다. 채권단은 ▦15% 구주 가운데 이번에 몇 %나 팔지 ▦또 새로 발행(증자)해 채권단에 팔 신주는 어느 정도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채권단은 가급적 구주를 많이 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래야 많은 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 새로 발행하는 신주 대금은 채권단 아닌 회사(하이닉스)로 들어가기 때문에, 채권단으로선 '구주 최대화, 신주 최소화'를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책금융공사는 ▦구주매각은 7.5% 이상 ▦신주 발행은 10% 이하로 조절해 ▦인수자가 매입하는 지분이 신주와 구주 합쳐 15% 이상이 되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하이닉스나 인수기업의 생각은 다르다. 매각대금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구주보다 회사로 들어올 신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주매각비중을 높여야 하이닉스로 신규자금이 유입돼 투자자금이나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신주 발행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3분기 실적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비상실탄확보를 위해서도 신주발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주위주로 매각한다면 채권단 배만 불릴 뿐, 회사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론스타 이슈도 신주위주 매각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 가운데 최대지분(3.24%)을 가진 곳은 외환은행이며, 외환은행 대주주는 바로 론스타다. 만약 하이닉스를 구주 중심으로 매각할 경우 그만큼 외환은행의 수입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결국 론스타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중간배당으로 돈을 계속 빼가는 상황. 앞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현대건설 매각이익 9,000억 원이 들어오자 지난 2분기 주당 1,51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 총 4,969억 원을 챙겨갔다.
만약 외환은행이 하이닉스 지분(구주)를 다 팔고 여기에 15%정도의 경영권프리미엄까지 받을 경우 2,400억원 정도의 차익이 생기는데 이 역시 론스타가 중간배당으로 빼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산업계는 물론 금융권 일각에서도 론스타에게만 득이 될 구주매각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구주를 털어내고 싶겠지만 외국자본 배만 불리는 일은 곤란하다"면서 "하이닉스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도 고려해 신주발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2조7,580억 원, 영업이익 4,47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56% 감소한 수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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