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긴 장마 끝에 갑자기 쏟아진 뙤약볕으로, 전국이 불가마 더위로 펄펄 끓고 있다. 여름은 더워야 맛이라고 하지만 이번 폭염으로 3명이 사망했다. 덥기는 태평양 건너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체감기온이 40도를 웃돌아 32개 주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더위로 1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걸려오는 전화마다 더위에 지친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나의 대답은 덥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울산 날씨가 그렇다. 울산은 최근 30도를 넘는 더운 날이 없었다. 20일엔 24~28도, 21일에는 더 떨어져 22~27도의 기온을 보였다. 오는 일요일까지도 비슷한 날씨가 예보되어 있다. 더위가 시작되고 나서 아직 열대야도 없었다.
무더위에 힘든 분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밤에 창문을 열고 자면 추위를 느낄 정도다. 어제는 자다가 추워서 문을 닫고 이불을 꺼내 덥고 잤다. 기상청에 알아보니 그 원인은 동풍이 유입되기 때문이라 한다. 바다에서 부는 동풍을 '샛바람'이라 한다. 푸른 동해를 끼고 있는 울산에 지금 샛바람이 불고 있다.
바다의 수온도 뚝 떨어져 해수욕을 하기 힘들 정도로 차다. 인구 110만의 거대한 도시 전체가 시원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샛바람이 언제까지 불 지는 모르지만 바람이 부는 동안 울산은 지금 피서 중! 그래, 불어라 샛바람아. 가을이 올 때까지 불어라.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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