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원도의 한 리조트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허모(44)씨. 작년에도 이 곳을 다녀왔지만, 올해는 출혈이 너무도 컸다. 그는 "콘도비를 포함해 1년 전보다 14만원 정도 더 썼다"며 "정부나 회사에선 국내여행을 권하는 게 무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고 바캉스 시즌이 됐지만, 이번엔 '휴가물가'가 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기름값을 포함해 교통비, 숙박비, 각종 시설 입장료, 음식 값 등 모든 여행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교통비. 이달 초 제주도로 2박3일 휴가를 떠났던 김모(50)씨는 "항공료와 렌터카 비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항공료는 해 마다 2만~3만원씩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 올해는 렌터카 비용도 6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김씨의 4인 가족이 이번 휴가 동안 쓴 비용 중 지난해 비용과 비교해 상승한 비용 약 20만원은 대부분 교통비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는 "업체들끼리 고시가격을 어기고 할인 덤핑경쟁을 펼치는 것에 대해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렌터카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숙박비도 부담이긴 마찬가지. 허씨 가족의 경우에도 지난해와 같은 콘도를 이용했지만 숙박비만 약 50%인 10만원 가까이 올랐다. 특히 대형 리조트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시설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숙박비를 크게 올리고 있다.
입장료도 해가 바뀔 때마다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항목. 특히 산, 바다 대신 리조트의 대형 물놀이 시설을 찾는 이용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물놀이 비용도 지난해에 비해 15% 이상 증가했다. 제주도의 산방산 입장료가 지난해 1,500원(성인 단체 기준)에서 올해 2,000원으로 오르는 등 주요 관광지의 입장료도 15~25%씩 올랐다.
반면 해외 여행 경비는 유류할증료만 늘었을 뿐 현지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태국 파타야로 4인 가족이 3박5일 일정으로 여행하는 데 드는 필수 경비는 약 340만원. 지난해 1인 당 6만4,100원이었던 유류할증료가 올해 14만7,600원으로 오른 것을 빼면 여행상품가격 자체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여러 가지 비용이 오를 이유들이 있지만 고객들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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