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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70억 들여 만든 광화문광장 도로, 비 온 후 해뜨니 '쩍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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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70억 들여 만든 광화문광장 도로, 비 온 후 해뜨니 '쩍쩍'

입력
2011.07.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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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이러다가 큰일 나겠네. 디자인서울 한답시고 대한민국에서 차가 제일 많이 다니는 곳에 멋만 부려놨다 이게 뭡니까?"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도로를 지나던 택시기사 김모(56)씨가 한 말이다. 돌길로 조성돼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 도로 곳곳이 집중호우가 지난 뒤 돌 틈 사이가 벌어지거나 움푹 패여 운전과 횡단보도 보행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됐다. 그 위로 덤프트럭과 서울시티투어 2층 버스가 지나갔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이어진 장마로 광화문광장 내 자동차도로 31곳이 파손됐다. 시는 이날 0시부터 4시간 동안 긴급복구공사를 시작했지만 차량통제 시간이 짧아 완전 복구에는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 광화문광장 돌길은 5월 집중호우 때도 30곳에 대한 보수공사를 했지만 이 중 10여 곳이 이번에 다시 벌어지고 내려앉았다.

시는 2007년 말부터 2년7개월여 간 시민 통행을 막고 아스팔트였던 광화문광장 도로(2만3,601㎡) 위에 돌을 깔았다. 돌길 조성공사에만 약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화강암 재질의 판석(가로12㎝ 세로20㎝ 높이11㎝)을 깔고 그 틈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돌길이 차량통행이 가장 많은 이곳의 교통 여건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는 2005년 완공된 청계천 청계광장 주변도로(면적 1,000㎡)에도 같은 돌길을 깔았다.

서울 S대 토목공학과의 한 교수는 "비가 오면 화강암 블록 사이의 콘크리트 균열로 비가 흘러 들어가 도로 밑 자갈과 모래 사이로 동공(구멍)을 만든다"며 "지나는 차들이 압력을 가할수록 균열이 더 심해져 내려앉음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매년 강우량이 증가하는 서울의 기후변화를 감안하면 이 돌길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집중호우 전후에도 광화문광장 돌길이 갈라져 시가 수시로 복구공사를 했다. 비가 와도 부슬비가 대부분인 유럽과 달리 집중호우가 잦은 홍콩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도심에서는 이런 돌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의 경우는 돌길이 역사 유적이라 불편한 점이 있어도 감수하는 측면이 있어 시가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더욱이 수백년된 유럽의 돌길은 대부분 돌의 높이가 광화문 광장의 판석보다 깊이 박혀있어 튼튼하고 강하다. 콘크리트로 돌 사이를 메운 경우도 거의 없는 이유다. 오세훈 시장은 광화문광장 돌길 공사 전인 2007년 5월 방문한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돌길을 보고 광화문 광장 도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광장 도로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북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장마로 인한 지반침하가 원인으로 추측된다"며 "현재 진행중인 침수로 공사가 끝나면 나아질 것으로 보이며 하자보수 기간 내라 이번 수리비용은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전액 부담한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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