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제도가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복잡한 제도와 운영절차의 미비로 노사, 노노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노조가 있더라도 교섭은 하나의 노조(대표노조)가 하도록 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로 인한 다툼이 심각하다.
사용자들이 지원하는 노조와 노동계가 지원하는 노조 사이의 갈등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회사간부 4명이 만든 삼성에버랜드노조와 노동계 지원으로 18일 출범한 삼성노동조합은 대표노조 지위를 놓고 법적 공방까지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노조는 지난 15일 용인시에 회사와의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와 노조가 속전속결로 '교섭요구 사실공고','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 등의 절차를 진행한 뒤 단협까지 체결해 이 노조를 대표노조로 만든 것이다. 대표노조에게는 2년간 배타적 교섭권한이 주어지므로 노동계의 지원을 받는 삼성노조가 아무리 조합원을 많이 확보해도 2013년 4월까지는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삼성노조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노조는 복수노조제 출현을 앞두고 회사가 급조한 '알박기 노조'"라며 "실체도 감추고 있으며 사측도 조합원들에게 이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만큼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수노조 시행일인 1일 이전부터 회사와 교섭하고 있던 노조와 이후 설립된 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갈등도 심각하다. 서울~인천을 운행하는 버스회사로 20일부터 심야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삼화고속은 기존노조와 2개의 신규노조가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원 616명에 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삼화고속지회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4월부터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이 "통상 7월 이후 협상을 했다"며 이를 거부하자 지난달 부분파업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회와 회사는 10일 "현업에 복귀하고 성실한 교섭을 벌인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채택했으나 첫 교섭일인 14일, 7월 1일 이후 만들어진 다른 2개 노조가 "지회가 회사에 서면으로 교섭요구를 하지 않는 등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회의장을 점거, 교섭을 진행하지 못했다. 회사도 지회와 교섭을 진행하지 않은 채 19일 지회를 뺀 2개 노조가 교섭요구 노조임을 확정하는 공고를 냈다. 전체 직원의 70% 이상이 가입해 있으면서도 교섭권조차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지회는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창구단일화와 관련된 노조법 시행령과 당국의 해석이 충돌하는 데서도 기인한다. 시행령은 노조가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해야 창구단일화 절차가 개시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달 1일 이전부터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공운수연맹 관계자는 "회사측이 어용노조를 세운 뒤 창구단일화를 핑계로 눈엣가시 같은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술책을 펴고 있다"며"사측의 마음에 들지 않는 노조가 조합원의 대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갈등이 빈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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