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식 트위터(@bluehousekorea)와 '맞팔'(서로 팔로우하는 관계)을 했던 강민정(41ㆍ여)씨는 최근 언팔로우(팔로우 취소) 버튼을 꾹 눌렀다. 트위터 타임라인(트위터 게시판)이 대통령 동정으로 도배가 되는 것도 그렇지만 정작 자신이 한 질문에 대해 단 한번도 답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부가 SNS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유용한 정보는 없고 마치 특정 상품을 광고하는 기업처럼 열심히 대통령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민원 대응보다 기관장 홍보
국민 기대와 거리가 먼 정부의 트위터 운영 사례는 즐비하다. 물가 관련 민심을 꼼꼼히 살펴야 할 기획재정부(@mosfkorea)는 최근 트위터에 박재완 장관이 재래시장에서 고등어를 들어보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등 트위터를 장관을 위한 홍보수단 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반면 "일본 같은 부국은 국가부채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라며 국가부채 해결에 관한 정부 입장을 듣고 싶어 한 트위터 팔로워의 질문에는 한 인터넷매체 기사 링크를 제시하는 성의 없는 자세를 보였다.
교육과학기술부(@mest4u)는 팔로워의 질문에 자신들이 답을 구해 전달하기 보다는"OO과에서 도움을 얻기 바랍니다"는 불성실한 답만 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3939)는 4월 이후 단 한번도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았고, 트위터 사용자와 나눈 대화(메시지)도 "선거관련 여론조사를 삭제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금융위원회(@fsckorea), 중소기업청(@bizinfo1357), 농촌진흥청(@love_rda) 등은 이벤트 홍보 글을 반복적으로 올려 마치 스팸메일 같은 인상을 줬다. 심지어 환경부(@mevpr)는 "낙동강유역환경청장님 화이팅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트위터를 사적 공간처럼 사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mcstkorea)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글을 트위터 타임라인에 무려 127차례나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를 국민과의 소통 채널보다는 부처 홍보 채널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트위터 관리 담당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 정부 부처의 트위터 공식 계정을 공보실 말단 직원 한두 명이 도맡아 관리하고 있어 적극적 민원 처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부분(기관이) 트위터를 홍보도구로만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 사용자들 실망감 확산
완벽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팔로워들과 대화하며 유익한 정보를 자주 올리는 정부 부처나 기관들도 있다. 법무부(@happymoj) 트위터에서 한 팔로워가 외국인 연장 신고 방법에 대해 묻자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자의 확인을 거쳐 "2인 이상 보증이 필요하다"는 답을 게재했다. 외교통상부(@mofatkr)는 많은 질문에 "좋은 의견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일상적 대화도 나누는 등 소통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모범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트위터 등 SNS 운영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주 각 부처에 배포한 '공직자 SNS 사용 원칙과 요령'문건에서 트위터 팔로워가 '정부 정책에 대한 조롱'의 뉘앙스로 질문할 경우 아예 대응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는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답하라'는 뜻으로 해석돼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 약속은 결국 공언(空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정부 부처 등 국가기관의 무성의한 트위터 운영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일보(@hankookilbo) 팔로워 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4%는 정부 부처 트위터를 단 한 개도 팔로우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부처가 트위터로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 트위터를 하나 이상 팔로우하고 있는 62명 중 62%(39명)는 "정부 트위터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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