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당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납부해오다 적발돼 스스로 옷을 벗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안병익)는 민노당 당적을 유지하며 매달 1만원 안팎의 후원금을 납부한 혐의(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수사대상에 오른 현직 검사 A(29)씨를 입건유예했다고 21일 밝혔다. 입건유예는 범죄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A씨가 학창 시절 민노당에 가입해 후원금을 내오다 2009년 검사로 임관한 후에도 계속 당적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제한하고 정치자금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탈당 후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해 최근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공무원 428명을 내사해 이 중 교사 210명과 일반 공무원 34명 등 24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이며, 기소 대상자 중에는 지난 2월 전교조 출신으로 공모제 교장에 취임한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과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법원 공무원 4명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은 민노당에 가입해 매달 5,000~2만원의 후원금을 납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 대다수가 집단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무더기 기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수사착수 이전에 퇴직하거나 범행을 시인하고 탈당한 경우, 기부금액이 극히 적은 경우는 입건유예 등 불기소 처리했다.
전교조는 검찰의 무더기 기소를 "표적 수사"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검찰의 무차별 기소와 정권의 집요한 탄압에 대해 총력투쟁하고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이 이날 기소한 244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800여명을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에도 민노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낸 혐의로 전교조 교사 183명을 포함해 공무원 273명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당원으로서 권리와 의무가 없는 단순 후원에 불과하다"며 정당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후원금을 납부한 행위는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 30만~50만원을 선고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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