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프로농구(KBL) 선수 문태종(35·인천전자랜드), 태영(33·창원LG) 형제가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법무부는 21일 문씨 형제의 특별귀화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계속 거주기간 3년이 되지 않아 현행 국적법에 명시된 귀화요건에 미달되지만, 우수인재로 선정해 귀화를 허락한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 법무부로부터 우수인재로 선정돼 복수국적이 허용된 경우는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다. 연구원과 대학교수, 의사 등 과학·학술분야에 한정됐었는데, 처음 운동 선수에 적용됐다.
"한국 농구 국가대표가 되는 게 희망"이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해오던 이들의 귀화과정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리그에서 활동하던 동생 태영이 먼저 한국행을 택했다. 30년 넘게 써오던 '그레고리 스티븐슨'이란 이름은 어머니 문성애씨의 성을 따 문태영으로 바꿨다.. 그는 국내 무대 데뷔 첫해인 2009년 득점왕에 올랐다.
1975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형 태종(제로드 스티븐슨)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프로농구 유럽리그에서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한국행을 택했다. 당시 뛰고 있던 세르비아 소속팀은 한국에 가면 연봉이 4분의 1로 줄어든다며 말렸지만 어머니의 나라에서 국가대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귀화 허용 소식이 전해진 뒤 "어머니가 그토록 사랑했던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문씨 형제가 한국 국적을 취득함에 따라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 등에서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상 국가대표팀 출전 귀화선수는 한 명으로 제한된다.현재 국가대표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귀화선수는 문씨 형제를 포함해 이승준(삼성)과 전태풍(KCC) 등 모두 4명. 이 가운데 국가대표에 바짝 다가선 이는 문태종이다. 그는 허재 KCC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예비명단에 포워드로 이름을 올려 놓고 그의 출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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