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소방방채청 차장이 사표 제출 3일 만에 청장으로 승진 임명되자 소방방재청 안팎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청장에 임명될 사람이 직전에 사표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사표를 낸 경위가 석연찮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앞서 지난 6일 류충 음성소방서장은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자유토론방에 ‘서민중심의 119 생활민원 서비스를 경시하는 소방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현직 소방서장이 조직의 수장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그는 “지난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급속하게(30% 이상) 감소한 것은 화재와의 전쟁 성과라기 보다는 교통사고, 방화, 산불 등에 의한 화재 사망자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통계조작의 원인은 경쟁을 부추겨 업적을 과대포장하려는 청장의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소방방재청은 통계 기준을 재정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류 서장을 지지하는 현직 소방관들의 글이 잇따랐다. 류 서장은 12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차장의 갑작스런 사표 제출이 박연수 전 청장이 추진한 ‘화재와의 전쟁’에 대한 내부 반발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소방직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그가 후배들의 고충과 불만을 모른 체 할 수 없었고, 이에 청장에 대한 항의, 또는 후배들에 대해 책임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차장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사퇴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 듣지 않는 분위기였다.
소방방재청 내에선 소방직과 비소방직 사이의 힘겨루기가 있어왔다고 한다. 최근 논란 과정에서도 “현장을 아는 소방직 출신이 수장이 돼야 한다”는 일선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청장을 비롯해 역대 소방방재청장 4명 중 3명이 행정고시 출신이었다. 이 청장은 소방직 출신으로는 두 번째 청장이 된다.
21일 퇴임식을 마친 박연수 전 청장은 “현직 차관급으로는 최장수인 1년9개월을 재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것”이라며 “화재와의 전쟁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신임 청장은 논란이 된 화재와의 전쟁에 대해 “인명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방법론 등은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짚어볼 것”이라며 “우선 34년 소방생활 경험을 살려 조직의 소통과 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류 서장에 관해서는“징계는 충북소방청에서 관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부친, 아들과 함께 3대가 소방관인 집안을 이루고 있다. 그의 부친은 1986년 화재진압 지휘 뒤 순직했으며, 아들은 현재 강원도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 번호는 0119로 끝난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