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포스코다.
국영기업이자 철강 독점기업이었던 포스코(당시 명칭은 포항제철)은 1988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보유지분 69.1% 가운데 34.1%(3,128만주)를 국민들로부터 청약 받아 매각했다. 포스코 주식은 근로자, 농어민, 저소득층 등에게 우선 배정됐으며, 총 322만명에게 주식이 돌아갔다.
포스코를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한 것은 ▦국민기업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명분과 함께 ▦'산업의 쌀'인 철강회사를 더구나 독점기업을 특정 재벌에게 넘길 경우 엄청난 저항과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국민주 방식의 포스코 민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최대 장점은 '오너가 없어도 기업이 잘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는 점. 우리나라에선 "선장 없는 배가 산으로 가듯 주인 없는 회사는 잘될 수 없다"는 인식이 워낙 강한데, 특정 대주주 없이도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만으로 얼마든지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첫 번째 선례를 포스코가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첫 번째가 끊이질 않는 관치논란. '주인(오너)없는 회사'이다보니,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정치권)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정부지분이 하나도 없는 순수민간기업임에도 불구, 역대CEO는 언제나 권력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선임됐으며 그러다 보니 정권이 교체되면 항상 CEO도 바뀌는 운명을 겪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 때에는 김만제씨, 김대중 정부에선 유상부 씨, 노무현정부에선 이구택 씨 등 매 정권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CEO가 교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한 증권사 철강담당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의 가장 큰 리스크를 꼽으라면 바로 CEO리스크"라며 "5년마다 CEO가 바뀌어야 하다는 사실은 경영안정 측면에서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항상 노출되는 것도 문제. 20일 현재 포스코의 지분율은 외국인 49.69%, 국민연금 5.3%, 신일본제철 5.0%, SKT 2.85%, 우리사주 2.5% 등으로 돼 있다. 안정적 경영권을 지탱해줄 대주주가 없다 보니, 경쟁사나 기업사냥꾼들의 공격을 항상 걱정해야 한다.
2002년 공모주 방식으로 민영화된 KT도 비슷하다. 분산된 소유구조, 이사회 독립성 강화, 전문 경영인 책임경영 등 선진 지배구조 정착을 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 하다. 실적도 좋아, 선두 SK텔레콤과 격차를 계속 좁혀가고 있다. 그러나 KT 역시 정권이 바뀌면 CEO가 바뀌고, 정부와 관련 있는 인사들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는 등 '관치'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민영화 방식이 아니다. 단일 대주주 없이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를 한 후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주인인양 행세한다면 그 폐해는 언젠가는 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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