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게 일을 하였고, 방송업무를 알려주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일에 대한 열정,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A학생의 자기소개서)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웃으며 일을 하고 방송업무를 알려주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B학생의 자기소개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입 관련 서류들의 표절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검색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위 두 문장의 유사율은 50%로 분석된다. 단어의 순서를 바꾸고, 조사와 일부 표현을 변형하더라도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문장들은 표절 검색시스템에 포착돼 유사율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대교협은 다음달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에서 이처럼 서류 표절 등을 적발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 공정성 확보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60개 대학에 표절 검색 시스템이 적용된다.
서류 표절 검색은 수험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학업계획서, 각종 활동보고서 등을 검색해 유사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특정 단어와 같은 키워드를 기본으로, 동일한 단어가 연속으로 몇 개나 일치하는지, 문서 전체의 유사도와 함께 개별 문장의 유사도도 점검한다.
대교협은 서류 간의 유사율을 수치로 제공하고, 표절 여부에 대한 기준은 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대학간 비교가 가능해 서로 다른 대학에 접수된 서류들의 표절 여부도 가려내게 된다. A대학에 지원한 B학생의 서류가 학원에서 대필해 주는 '모범사례'를 베꼈는지 확인할 수 있고, C대학에 지원한 D학생의 서류와도 유사도를 비교할 수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구와 절 같은 문장 단위로 검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설 학원의 표준화된 모범 답안을 약간 변형하더라도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유사한 자기소개서의 표절을 잡아낼 수는 있지만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첨삭, 대필하는 사례는 적발할 수 없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학원가에선 대필 검색을 피하기 위해 비슷한 '모범 답안' 형식의 자기소개서 대신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맞춤형 서류 대필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교협은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봉사 활동 실적 등 전국 2,000여곳 고교의 정량적 평가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대학에 제공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대교협은 수험생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 입학사정관과 교직원은 해당 연도 입시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회피 제척 시스템'도 운영하기로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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