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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독도는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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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독도는 쉬고 싶다

입력
2011.07.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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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편할 날이 없다. 한일 양국 사이의 신경전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 들어 양국의 독도 관련 움직임은 보도된 것만 꼽아도 두 손이 모자란다.

3월30일 일본 중학교 교과서 여럿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담고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했고, 한국 정부는 즉각 독도 영토관리단 대책회의를 열어 '실효지배 정책 지속'을 발표했다. 이튿날 "독도가 공격을 받으면 일본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하겠다"는 마쓰모트 다케아키 일본 외무성 장관의 언급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천지개벽을 두 번 해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받아 쳤다.

'적대적 공생'의 쳇바퀴

양국 정부의 행동은 최소한의 외교적 틀 안에 갇혀 있어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지만 정치인들의 행동은 상식의 틈을 비집는다. 일본 자민당은 4월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일본 정부에 건의했고,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 3명은 5월 일본이 '북방 4도'라고 부르는 남쿠릴 열도를 러시아 쪽에서 시찰했다. 최근에는 4명의 의원시찰단을 울릉도에 파견하겠다는 일본 자민당의 계획이 논란을 불렀고, 국회 독도 특위는 내달 독도에서 회의를 연다.

이런 정치적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란 애초에 없다. 자신의 행위가 상대국 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하리라는 순진한 착각에 젖을 의원들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의 행위가 자국민의 거울에 허상을 맺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독도문제 해결에 작은 성과라도 있었다면, 이런 정치 오염조차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독도도 소란을 견딜 만하다. 그러나 연신 국민 감정이 들끓다 식는 정서적 소모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변화는 없다. 오랫동안 단단히 유지됐던 '조용한 외교' 전략이 지난 정권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이래 논란이 커져 국제적으로 독도가 분쟁지역처럼 비치는 일만 잦아졌다. 독도의 '독'자도 모르던 다수 일본 국민이 어렴풋이나마 독도문제를 인식하게 된 게 가장 뼈아프다. 반대 급부로 얻은 거라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독도는 우리 땅'의 새삼스러운 강조뿐이다.

이만하면 지금까지의 오류를 살필 때가 됐다. 독도는 국민 감정을 부채질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다. 한일 양국 사이에는 독도 말고도 아직 완전한 해결에 이르지 못한 과거사 문제가 숱하다. 그러나 양쪽 모두 명백한 역사문제로 인식한다면, 가해자가 갖는 원초적 정당성의 한계로 보아 일본의 국민 감정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한일 양국 정부가 각각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로 달리 보는 독도문제는 양국 국민 감정이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다. 이쪽에서 건드려 저쪽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다시 그것이 이쪽 국민 감정을 부채질하는 '적대적 공생'의 쳇바퀴를 굴리기에 제격이다.

그런데 독도를 둘러싼 적대적 공생의 쳇바퀴가 구를수록 상대적 손해는 한국이 훨씬 크다. 새로 잃을 게 없는 일본이야 언제든 갈등의 기회를 엿보겠지만, 정당한 권원에 기초한 실효적 지배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가 그에 일희일비할 까닭이 없다.

'넉넉한 무시'로 끊어야

어느 뜻 있는 일본 언론인의 제안처럼,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길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국가체제와 주권 개념이 존속하는 한 비현실적이다. 거꾸로 일본이 영유권 주장을 아무리 강화해봐야 독도를 빼앗아갈 현실적 수단이 없다. 구한말 일제의 강압적 국권침탈 과정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비정상 시대가 아니고 그런 시대가 재래할 가능성도 없다. 오히려 동북아 질서는 그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움직임을 무심히 깔아뭉개고, 정교한 논리 싸움에나 대응하면 그만이다. 그런 '넉넉한 무시'는 무권리자로서는 좀처럼 흉내내기 어려운 권리자 고유의 여유다. 당장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쇼'부터 의도적 무시를 적용해도 좋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적대적 공생의 핵심 고리인 언론도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독도도 좀 편히 쉴 수 있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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