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내달부터 서울역사 내 노숙자들을 모두 퇴거시키기로 결정,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코레일은 20일 "노숙자들의 구걸과 음주 소음 등으로 주변상인과 이용객들의 계속되는 민원을 해결하고 역 이미지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퇴거방침을 밝혔다. 코레일은 현재 서울역사 내 노숙자 300여명에게 역사 밖으로 나가도록 계도하고 있으며, 다음 달 초부터는 코레일 직원과 철도사법경찰관을 동원, 강제로 밀어낼 예정이다. 코레일 측의 이 같은 강경입장은 승객들에게 일부 노숙자들이 행패를 부리고 구걸을 해 승객들의 항의가 자주 들어오고 주변 상인들도 피해를 호소하는 데 따른 것이다. 주변 식당 주인 양모(45)씨는 "얼마 전 오후 10시가 넘어 젊은 여성 두 명이 식사를 하러 들어오다 노숙자가 식당 문 앞에 기대있는걸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며 "영업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이번 퇴거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숙자들을 인근 쉼터로 옮겨 생활하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사 인근 쉼터와 보호소 세 곳으로 노숙자들을 유도해 이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서울역 인근 쉼터 여건이 좋지 않고 인권침해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숙자인 문모(52)씨는 "쫓겨 다니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정말로 내보낸다니 당장 무더위가 걱정"이라며 "기왕이면 무더위가 가신 9월에 하면 안되겠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역 인근의 한 파출소 경찰은 "300여명에 이르는 노숙자들이 역사에서 쫓겨나 인근 광장과 식당, 마트 등으로 몰릴 경우 소란과 행패 등 사고가 더 잦아질 수 있다"며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주거빈곤자를 돕는 '해보자 모임'의 박철수씨는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으니 8월이라는 시기를 정하지 말고 노숙자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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