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자동차 할부대출을 저축은행에서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위기에 빠진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다변화를 위해 할부금융 영업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대기업 계열 할부금융업체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저축은행들이 신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저축은행의 서민대출과 여신심사능력 확대, 영업기반 확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안정적 수익기반 확충을 위해 할부금융업 겸영이 허용된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8% 이하인 경우에만 가능하며, 전체 할부영업의 절반 이상을 영업구역 내에서 취급해야 한다. 금융위 고승범 금융서비스국장은 "현재로서는 28개 저축은행이 요건을 갖췄다"며 "중고차할부 중심으로 영업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도 50%에서 40%로 낮춰진다. 이에 따라 지방소재 55개 저축은행들은 기존 지역기반 외에 서울 및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폭넓게 대출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여신전문 출장소 설치도 쉬워져 모든 저축은행은 사전 신고만으로 최대 3개까지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대신 4개 이상을 개설하기 위해선 현행 규정대로 '4분기 연속 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8% 이하'의 요건을 갖춘 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대출규제도 완화돼, 현재 전체 여신의 8%에 묶여 있는 원룸, 고시원, 오피스텔 등 임대 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업종별 여신 한도(30%)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가 저축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추진되는 만큼 법 개정 작업을 최대한 서두를 방침이다. 9월 정기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동시에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고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 조치에 대해 업계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예상했으나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영업지역 내 의무여신비율도 현재 대부분의 지방 저축은행이 역내 여신이 40%대에 불과해 사문화된 조항을 현실화한 것 뿐이라는 지적이다.
할부금융업 허용 역시 반기는 저축은행은 드물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엄격한 조건이 적용돼 할부금융의 경우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할부금융은 기존 업체의 독과점 구조가 워낙 공고하다"며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5%대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4%대 조달금리의 대형 캐피탈사와 맞서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비과세 예금 확대와 펀드 판매업 허용 등 업계 요구가 일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고승범 국장은 "비과세예금은 2012년 말 상호금융기관에서도 사라지는 만큼 적절치 않고, 펀드판매업은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에 허용할 수 없었다"며 "업계의 경영개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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