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이 세계최강임에도 일반인이 양궁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1등 컴파운드 동호회’ ‘부산양궁클럽’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정기적인 회비가 없어 부담이 적을 뿐 아니라 체형에 맞는 활 구입에서부터 ‘맞춤형 입문’을 도와준다. 컴파운드 동호회가 태동한 2004년부터 명맥이 이어져온 부산양궁클럽은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등 실력도, 인정도 1등인 컴파운드 동호회다.
회비 무료, ‘맞춤형’ 입문 도움
‘입문자는 장비를 구입하지 말고 그냥 오세요.’ 부산양궁클럽의 가입 신청 시 듣게 되는 수칙이다. 황생욱(42) 회원은 ‘컴파운드를 하려면 장비가 필요한데 왜 장비 없이 오라고 하지. 혹시 장비를 팔려는 속셈인가’라고 갸우뚱거렸다. 그래서 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서 갔는데 된통 혼만 났다. 자신의 체형과 맞지 않는 장비다 보니 쓸모 없는 활이 된 것. 박희대(46) 부산양궁클럽 회장은 “입문자들은 자신의 체형에 어떤 활이 맞는지 모른다. 보통 한 달 정도 여분의 활로 연습한 뒤 체형에 맞는 장비를 추천한다”며 “동호회를 통하면 가격도 2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며 수칙을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양궁클럽은 강서체육공원 내 양궁장에서 매주 모임을 가진다. 다음 카페 회원은 100명이 넘지만 양궁협회에 등록된 인원은 16명. 이영필(44) 총무는 “동호인들도 타깃과 수렵으로 나뉜다. 컴파운드로 수로에서 고기를 잡거나 멧돼지 사냥을 즐기는 회원도 다수”라고 말했다. 정기적인 회비는 없다. 다만 대회 참가 시에만 경비를 거둔다. 박 회장은 “컴파운드 동호인은 대한양궁협회에 선수 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협회 주관 대회를 참가할 수 있다”며 “서로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지방대회 출전 시 차량과 숙식 해결을 위한 회비를 거둔다”라고 덧붙였다.
막노동부터 국가대표, 사격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회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막노동을 하는 회원부터 경찰, 은행원, 중소기업 사장까지 있다. 부산양궁클럽은 2009년에 국가대표를 배출, ‘유명 동호회’가 됐다. 황생욱(42) 회원이 2009년 울산 세계양궁선수권 엔트리 3명에 뽑히면서 태극마크를 단 것. 비록 본선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부산양궁클럽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했다. 황생욱은 “활을 쏠 때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게 컴파운드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양궁클럽은 지난해 전국체전까지 5개 대회 단체전을 싹쓸이하며 타 동호회의 부러움을 샀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사격 소총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색 경력이 있는 회원도 있다. 박희대 회장이다. 그는 “우리 동호회의 특징은 나이나 직업에 구애 받지 않고 서로 평등하게 서로가 존중하면서 지내는 것”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사격과 컴파운드의 차이에 대해선 “사격은 쏘는 대로 비교적 잘 맞지만 컴파운드는 변수가 많아서 매력이 있다. 방아쇠가 있다는 점에서 사격과 유사하지만 바람과 아지랑이 등에 영향을 받는 등 쏠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라고 구분 지었다.
겨울의 수렵기가 되면 해당 구청에 허가를 받고 멧돼지 사냥을 나간다. 컴파운드의 활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사냥용’이 된다. 이창훈(31) 회원은 “동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회원들은 수렵에 관심을 기울인다. 지난 겨울에 멧돼지 8마리를 잡아 잔치를 벌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 컴파운드는
컴파운드(Compound)는 일반적인 양궁인 리커브와 달리 활 끝에 도르래가 달려 시위를 당기고 놓는 데 힘이 덜 드는 활이다. 2001년 3월이 돼서야 대한양궁협회가 주최하는 대회가 열리는 등 컴파운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도도 그다지 높지 않다. 전국체전에서도 동호인대회로만 열리고 있다. 컴파운드 실업팀은 여자부 하이트맥주 현대모비스, 남자부 현대제철 3개팀(12명)이다. 이외 대한양궁협회에 등록된 127명은 모두 동호인이다.
컴파운드는 선수층이 폭넓은 리커브에 비해 동호인 중심의 종목이다. 컴파운드 활은 리커브보다 3㎏이 더 나가 무게가 5~6㎏ 정도. 속도가 리커브보다 2배 이상 빠르고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특징이 있다. 또 활에 조준렌즈가 달려있기 때문에 리커브보다 점수가 높게 나와 동호인도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다. 국내에는 매년 5개 대회가 개최된다. 컴파운드 1~4차 대회는 대한양궁협회에서 주최하고, 전국체전은 별도로 열린다. 경기 종목은 리커브와 마찬가지로 30, 50, 70, 90m로 분류된다. 2006년 전국체전 전시종목으로 채택된 컴파운드는 2007년부터 동호인대회로 벌어지고 있다. 오는 22일 안산에서 열리는 컴파운드 3차 대회는 21개팀 39명이 신청했다.
컴파운드는 1995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세계양궁선수권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컴파운드는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2009년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해 양궁계를 놀라게 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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