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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논란 '신기생뎐' 원작자 소설가 이현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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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논란 '신기생뎐' 원작자 소설가 이현수씨

입력
2011.07.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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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난 마당에 뭐라고 말을 보태겠어요. 다시는 드라마나 영화 판권 계약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논란 속에 17일 종영한 SBS 드라마 '신기생뎐'의 원작자인 소설가 이현수씨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생뎐'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느닷없는 귀신의 등장, 극중 인물의 돌연사 등 황당한 설정으로 방송 내내 빈축을 샀다. 급기야 SBS에서 드라마를 집필한 임성한 작가와 남은 계약 해지를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시청자들은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빙의에 '신귀신뎐'이라며 조소했고 드라마는 막장 종결판이라는 오명을 쓴 채 막을 내렸다. 원작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였지만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욕을 먹는 걸 지켜보는 이씨는 누구보다 불편한 심정이었을 테다.

이씨가 2005년 출간한 <신기생뎐> 은 군산 기방 부용각을 무대로 한 사람 이야기 연작으로 독자들의 호평과 함께 동인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은 소설. 방송 초반 논란이 일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이씨는 기자에게 "드라마 판권을 팔면서 '이제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마음을 비웠다"면서도 "임 작가가 중반 이후에는 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아수라(임혁)가 귀신에 씌어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 장면을 볼 때는 정말 화가 나더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차마 못 보겠는 부분이 많아 논란이 일 때만 잠깐씩 들여다 봤을 뿐 후반에는 아예 안 봤다"고 했다.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52부작에 걸친 '신기생뎐'을 통해 "사라져버린 문화적 자존심으로서의 기생의 역할을 다시금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기획의도는 공염불이 됐고, 몰래 연애를 한 기생의 '멍석말이', 돈 주고 첫날밤을 사는 '머리 올리기' 같은 비윤리적이고 말초적인 소재만 늘어놓아 포화를 맞았다.

후반부에는 난데없이 아수라가 아기동자 귀신, 할머니 귀신, 임경업 장군 귀신에 빙의되는 황당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작가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UFO까지 나오고 말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박종 SBS 드라마센터장은 한 인터뷰에서 "귀신 얘기는 우리도 황당하다. 어떻게 해서든 대본에서 그 부분을 빼려고 했지만 작가가 버텨 어쩔 수 없었다"며 임씨와 남은 40회 분량의 집필계약 해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욕하면서 본다'는 임성한 표 드라마는 온갖 논란 덕에 오히려 뒷심을 발휘해 17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28%로 종영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임 작가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SBS가 52부작의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를 제대로 콘트롤 하지 못했으면서 작가에게만 뒤집어 씌우고 손을 터는 모양새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방송가에서는 중간에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PD가 교체되는 등 곡절을 겪으면서 임씨가 어쩔 수 없이 흥행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이현수 작가도 "드라마 시작 전 임 작가와 만났을 때 굉장히 진지하고 열심히 하는 게 보였다. 원래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서에는 작품의 품위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내가 스스로 지워줄 정도였다"며 "인터넷에서 너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놨는데 그럴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 작가가 '신기생뎐'을 통해 작품성을 얻고 싶어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후반부에서) 확 돌아섰을 때는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작가의 잘못도 있겠지만 방송사가 피해자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주객이 전도된 꼴 아니냐"며 "방송사의 책임이 훨씬 더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는 집중 포화를 맞을 때는 임씨와 단호히 선을 긋다가 다시 "계약 해지가 논의된 바 없다"며 한 발 물러난 상황이다. 한 방송사 드라마 PD는 "방송사는 욕을 좀 먹더라도 결국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드라마를 써주길 원한다"며 "임성한 작가가 퇴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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