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알립니다. 작년 9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석 달 동안 페이스북에서 '징역'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더랬습니다. 제가 20대 때 두 차례에 걸쳐 3년 가까이 징역살이 했던 내용을 복기한 글이었습니다. 함께 읽던 선후배나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고, 책을 내라는 격려가 있었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출판기획자 이건범씨가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옥살이한 경험을 담은 <내 청춘의 감옥> (상상너머 발행)을 지난 달 초 내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처음부터 출판까지 생각하며 쓴 글은 아니지만 페이스북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책 내기를 권해 단행본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 내>
출판계의 원고 발굴 통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무명의 '글쟁이' 발굴 매체로 주목 받기 시작한 블로그에 이어 최근 들어 국내 출판계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글맥'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20일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서 이 같은 국내 출판계 변화를 소개하면서 "이제 누구나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글을 쓰고 저자가 될 수 있는, 누구나 소비자(독자)이면서 생산자(저자)가 되는 프로슈머 시대"라고 지적했다.
한 소장에 따르면 국내 '페북'(페이스북 글로 만든 책)의 원조는 4월 출간된 <페이스북 담벼락에 희망을 걸다> (북셀프 발행). 페이스북을 통해 소망과 나눔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온 출판인 권영민씨의 글을 묶은 책이다. 권씨는 5월에도 몇몇 필자들과 함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썼던 글을 묶어 <희망에 입맞춤> 이라는 책을 냈다. 페이스북은 블로그처럼 긴 글쓰기가 가능한데다 저자나 출판사가 출판 전에 잠재 독자의 반응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블로그처럼 다양하게 글들이 올라 오고, 출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된다. 희망에> 페이스북>
트위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12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려 국내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통하는 소설가 이외수씨의 트위터 글을 모아 지난해 4월 나온 에세이집 <아불류 시불류> (해냄 발행)는 지금까지 15만부가 팔렸다. 명언ㆍ잠언을 모아 1990년대 나왔던 그의 책에 트위터 글을 더해 1월 새로 낸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 주기> (해냄 발행)도 반년 새 8만부가 나갔다. 코끼리에게> 아불류>
하지만 트위터 글이 단행본으로 소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황소자리 출판사 지평님 대표는 "인기 있는 트위터 글을 책으로 만들려고 해 봤지만 한 주제에 '140자'라는 분량이 한계로 다가오더라"며 "당장 출판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감성과 글 재주 있는 저자를 발굴하기 위한 장 정도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블로그 연재글을 묶어 책으로 내는 '블룩(Blook)'이라는 말까지 있고 실용 분야에 치우쳤던 책 내용도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하하 미술관> (김홍기)처럼 인문, 미술 등으로 폭이 넓어지고 있는 블로그 출판만큼 정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하> 로쟈의>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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