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이나 주ㆍ정차 위반으로 단속 스티커가 발부되더라도 내지 않고 버티기 일쑤던 주한 외국대사관들이 최근 들어 꼬박꼬박 벌금을 납부하기 시작했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교통위반에 따른 과태료나 범칙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던 주한 외국 대사관이 2009년 46곳에서 지난달 말 8곳으로 줄었다. 38개국 외국 대사관이 성실 납부기관으로 변한 것이다.
이는 외교부가 2009년 9월부터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를 체납하고 있는 외교 차량들에 대해 소유권 이전을 못하도록 행정 조치를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주한 외교 차량들의 경우 외교관에 대한 면책특권을 적용키로 한 '비엔나 협약'에 의해 교통위반 스티커가 발부돼도 상습 체납자로 남아 있었다. 또 상대국 공관 차량의 과태료는 양국이 서로 문제 삼지 않는 외교가의 관행이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들은 본국 귀환 시 차량을 가져가거나 국내에서 소유권을 이전해도 과태료는 전혀 내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부는 외국 대사관 별 체납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이들의 과속운행이 교통안전에 심각한 위해 요소로 작용한다는 판단아래 '봐주기 관행은 곤란하며 체납 차량은 매매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뒤 단호한 행정 조치에 들어갔다.
이후 2009년 전체 9%에 불과했던 외교 차량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의 납부율은 지난해 23%에서 올해는 30%를 초과할 정도로 올라갔다. 수십년 간 누적돼온 전체 과태료를 기준으로 한 데다, 차량의 소유권 이전 시 통째로 과태료를 납부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납부율 100%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제 만성 1위 체납국이었던 러시아는 최근 1년여의 협상 끝에 800만원을 납부하면서 성실 납부국으로 돌아섰고, 중국도 체납비율을 줄여가고 있다. 미국은 공문을 보낸 이후부터 납부율이 100%에 달하며, 일본도 90%의 납부율을 보이고 있다. 또 체납액이 1,000만원에 육박했던 주한 수단대사관이 최근 800만원을 자진 납부하는 등 다른 국가 대사관도 속속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가 강제력을 띠자 이들 차량의 준법 운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외교차량들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2007년 3,746건에서 올해 6월 기준으로 235건으로 대폭 줄었다.
조태용 외교부 의전장은 "외국 대사관 차량들의 교통위반 봐주기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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