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여성가족부가 내년도 예산요구안을 짜면서 '성범죄 예방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성범죄 예방 주무부처로서 정책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여성부가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최영희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2012년 예산요구안'에 따르면, 여성부는 ▦성범죄 청소년 치료재활 ▦성범죄자 교육 ▦청소년성문화센터 등 성범죄 관련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약 42억원 깎아 편성했다. 특히 '성범죄 청소년 치료재활'과 '성범죄자 재범방지 교육'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성범죄 청소년 치료재활' 부문은 성범죄 가해 청소년의 재범 방지와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재활을 돕는 사업이다. 올해 예산액은 12억원이었으나 내년 요구안에선 0원이 됐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 교육 예산도 올해 7억3,600만원이었으나 내년 예산요구안에선 모두 삭감됐다. 여성부는 청소년 성교육 및 성범죄 예방교육 전문기관인 청소년성문화센터 예산도 올해 27억2,600만원보다 약 6억원이 적은 21억2,9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성범죄 실태에 역행하는 예산 책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이 가해자인 성폭력 사건 발생건수는 2006년 1,571건에서 2009년 2,934건으로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여성부가 법무부로 이관한 '성폭력ㆍ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부문 예산도 줄어들 처지다. 올해 관련 예산액은 약 187억원이었으나 법무부는 내년 예산안을 이보다 17억원 삭감한 조정안을 냈다. 여성부가 이와 관련한 예산을 법무부의 '범죄피해자구조기금'으로 이관시키면서 예산 편성권까지 넘겨줘 여성부에선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반면 여성부는 직원 월급,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와 가족친화적인 사회환경 연구비, 건강가정센터 지원 등 가족정책사업비는 증액했다. 인건비는 135억원에서 9억원 늘어난 144억원, 가족정책 예산은 648억원에서 40억원 증가한 688억원을 책정했다.
최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경찰 통계에 잡힌 청소년 성범죄 가해자 수만도 한해 3,000명에 이른다"며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가 고유업무인 여성부가 관련 예산을 오히려 삭감하는 '거꾸로 정책'을 펴고 있어 성범죄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여성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추가 협의 과정에서 재검토를 요청하는 '문제사업'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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