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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21> 오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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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21> 오덕후

입력
2011.07.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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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후란 상대방 혹은 제 삼자의 집을 높여 부르는 '귀댁(お宅, おたく)'이라는 일본어인 '오타쿠'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어떤 물건이나 한 가지 분야에 심취해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을 뜻한다.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는 낚시광, 바둑광, 골프광, 오디오광처럼 한 가지 일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광(狂)'이라는 한국어와 비슷하긴 하지만 그들보다 한 수 위인 사람들을 표현하는데 사용된다. 오타쿠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 사물에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부정적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를 포괄하게 되었다.

오덕후라는 신조어는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오덕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오덕질', 치킨에 미쳐있는 사람은 '오닭후',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은 '게임덕후',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고기덕후', 소녀시대에 빠져 있는 사람은 '소덕후', 오덕후를 넘어서는 사람은 '십덕후'(5덕후+5덕후=10덕후)라고 부른다.

오덕후는 일종의 중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이들이 오덕후가 되는 것일까?

첫째, 결핍형 오덕후가 있다. 애정결핍을 비롯한 대인관계에서 초래되는 결핍감을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해결하지 못한 이들은 어떤 사물이나 분야에 집착함으로써 그 결핍감을 채우려 한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그 무엇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 도피형 오덕후가 있다.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현실을 두려워해서 피하려 하는 이들은 자기만의 세계로 도피하려는 동기를 가지게 되는데, 모든 중독에는 이런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현실이 너무 버거우면 과거에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탈출했던 것처럼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면 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그것이 여의치 않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자기만의 세계 혹은 영역을 만들어 그 안으로 도피하고는 현실로 향하는 문을 걸어 잠근다.

셋째, 쾌락형 오덕후가 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사는 낙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은 커다란 쾌락을 제공해줄 수 있다. 오덕후는 다른 곳에서는 누릴 수 없는 이런 쾌락이나 만족감을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다.

'무엇인가에 미쳐봐야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특정 분야에 정열적으로 몰두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고 생산적인 동시에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에는 현실세계와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는다는 단서가 꼭 추가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덕후는 마음의 피폐화와 사회로부터의 단절을 면할 수 없다.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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