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국립발레단 '천원의 행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국립발레단 '천원의 행복'

입력
2011.07.19 12:30
0 0

"남자는 브라보, 여자는 브라바, 여러 무용수들에게는 브라비라고 해주는 거예요."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의 관객들 앞에서 해설자가 설명했다.

천원으로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이란 사실 없다. 그러나 16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천원의 힘을 만끽했다. 해설자가 들려주는 무대 상식까지 덤으로 얻었다.

이날 무대는 2007년 이래 세종문회회관이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벌여온 '천원의 행복'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날 객석이 목도한 것은 천원의 경이였다. 최고 기량의 무용수가 선사하는 32바퀴 회전, 즉 '푸에테' 이상의 것을 보았다.

우아한 음악에 맞춰 푸에테를 실연하던 발레리나가 삐끗해 쓰러진 것이다.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국립발레단에서 3년째 활동 중인 그는 이 날 현란한 회전 중 타이밍을 놓쳐 균형을 잃고 말았다. 발레는 허드레 개그의 소재도 되지만, 진지한 분투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그는 관객들 앞에서 몸으로 실증했다.

이 날 '지젤'을 비롯해 '왕자 호동' '돈키호테' 등 쉴새없이 이어지는 동서 발레의 명장면에 객석은 환호했다. '왕자 호동'에서 발레리노 5명이 무사를 연기한 대목은 공중제비 등 압도적 남성미로 발레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했다. 이어진 발레 마임은 발레의 폭넓은 표현력을 웅변했다.

20여명의 발레리나들이 추는 군무와 발레리노 한 명의 역동적 연기에 객석에서는 실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방금 배운 "브라보"와 함께. 환호에 신이 난 무용수들은 중력의 법칙이 어떻게 무시되는가를 보여줬다. "하이라이트 공연으로 관객을 유치하고, 발레도 재미있다는 사실로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거죠." 국립발레단측의 말이다.

이 공연은 매진돼 봤자 매표 수익이 300만원이다. 그 수익금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명칭 아래 쪽방 생활자, 다문화 가정 출신 등을 돕는 데 쓰인다. 출연진은 봉사, 재능 기부 등의 이름으로 나와 거의 노 개런티다. 더구나 국립발레단은 지난 4~9일 충청과 전라 지역을 돌며 '돈키호테'와 '지젤'의 갈라 공연을 막 펼치고 온 터다.

국립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4년째 이어 오고 있는 'Shall We Dance?'공연의 관람 기회는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주어진다. 2007년 히트 상품으로도 선정된 이 무대는 회당 제작비가 2,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아래 만들어진다.

이 날 공연장을 나서는 길의 문 옆에 비치된 '나홀로 어린이 돕기' 모금함은 외롭지 않았다.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