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고(高)배당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권 원장은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고배당 움직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배당할 충분한 수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형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금융지주사들이 강화된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하는 수준을 유지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에 대한 고배당은 금융위기 이후 고배당을 자제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권 원장은 또 "부동산시장이 안 좋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쌓이고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래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배당에 따른 금융기관의 자본 감소보다는 이익의 재투자를 통한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보호, 소비자보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사회공헌활동과 서민금융을 충분히 하고 나서 (고배당도)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결산을 마치면서 외국인이 절반을 넘는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증권은 최근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회사가 2011 회계연도에 9조8,120억원의 순이익을 남겨 2조3,50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은 이 가운데 53%인 1조2,455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한편, 권 원장은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7월 중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금리부과 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합리한 부분을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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