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너는 말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너는 말했다

입력
2011.07.19 12:39
0 0

뻬이따오

암호를 사용하여 내가 문을 두드리자 너는 말했다: 들어와, 봄아 내가 천천히 모자를 벗자 귀밑머리가 서리와 눈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내가 너를 포옹하자 너는 말했다: 두려워 마, 바보야 한 마리 깜짝 놀란 새끼 사슴이 너의 동공 속에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생일 바로 그날 너는 말했다: 안돼, 선물하지 마 허나 나의 카시오페이아는 벌써 너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십자로 갈림길에서 너는 말했다: 헤어지지 말자. 영원히 한 무리 차량의 전조등이 우리 사이를 통과했다.

● 에밀리 디킨슨은 말했어요.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천사들이 우리의 옆집을 빌릴 테니까." 옆집 사는 천사의 불편을 모른 척하면 천국을 기대하는 모든 곳에서 너 또한 외롭고 슬플 것이라는 이웃사랑 계명의 아름다운 시적 변용이에요.

연인은 영혼의 옆집에 이사 온 천사.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우리는 그의 놀라운 권능을 느낍니다. 내가 암호로 말했으나 당신은 제대로 들었어요. 나의 과감한 포즈 뒤에서 당신은 두려워 껑충거리는 내 여린 심장을 느꼈어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내키지 않아도 모두 받아준 사람. "헤어지지 말자. 영원히" 당신은 그렇게 말하고서 차들이 달리는 도로 건너편으로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내 곁에서 무엇이 그토록 힘들었나요? 열심히 말해 준 것도 같은데 내가 듣지 않았어요.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