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많은데 큰 손은 없다.'
2012년 재선에 나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 성적표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4~6월 3개월 동안 8,600만달러를 모았다. 4,600만달러는 자신이 모금한 것이고 나머지는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통해서다. 같은 기간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모금액이 전부 합해봐야 3,400만달러에 불과해 총액으로 보면 오바마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자금의 출처를 금융권 특히 뉴욕 맨해튼의 월가를 중심으로 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맨해튼이 속해있는 뉴욕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의 선두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1,830만달러를 끌어들여 주 단위에서 유일하게 오바마를 앞질렀다. 특히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이사진은 롬니에게 24만달러를 준 반면 오바마는 이사진이 아닌 종업원들에게서 단돈 1만달러를 얻는데 그쳤다. 2008년 대선에서 골드만삭스가 롬니 후보에게 지금과 비슷하게 지원한 반면 오마마에게 훨씬 많은 90만달러를 몰아준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공화당 선거자금 책임자인 루이스 아이젠버그는 "오바마에 대한 월가의 지지가 아직 남아 있지만 롬니가 엄청난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가 금융권, 특히 월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부에 대한 이들의 분노가 커졌다"며 "후보들에 대한 선거자금 양태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금융권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선거 캠프도 금융권의 지지세가 지난 대선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랑하는 것은 풀뿌리 소액기부자들의 열성이다. 이는 지난 대선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3개월 동안 무려 55만명이 지원 대열에 나섰다. 이들은 평균 69달러를 냈다.
아직 선거시즌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2년 대선에 투입되는 돈은 2008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의회전문가 놈 온스타인은 "선거비용이 2008년보다 3분의 1 이상 늘어난 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이는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기업 등의 정치광고를 무제한 허용한 판결을 내린 이후의 기업의 움직임은 제외된 것이어서 천문학적인 돈 선거 논란은 내년 선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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