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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봉사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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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봉사 소고(小考)

입력
2011.07.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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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봉사'가 나에게는 부끄러움과 더불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경계(警戒)의 단어다.

최근 10년 간 여름방학 동안에 중앙대 해외자원봉사단이 운용된 덕분에 나는 대학과 부속병원의 30여명 식구와 함께 P국을 두 번 방문했다. 기획부터 기부 물품 수집과 구매, 교육과 훈련 등 학기 중의 준비 과정과 현장에서의 고생이 만만찮음에도 불구하고 모집 경쟁률은 항상 10대 1 수준을 유지했다. 매년 우리는 2 주간을 머물렀고, 서너 지역을 이동하면서 활동했는데, 봉사단에서 나의 역할은 원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한 공간 확보와 홍보, 운송 등 현지에 적합한 틀을 미리 구축해서 참여자들이 봉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통상의 일로써 한 번은 A지역 유지들과의 진지한 회합을 거쳐 사전 준비에 대한 약속을 별 탈 없이 마무리했다. 그런데 다음 날, 현지에 도착하니 약속사항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었다. 봉사단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니 원근 각처에서 온 원주민들의 불편은 물론이고, 그 동안 원만하게 진행됐던 봉사활동이 A 지역에서는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헌신적인 애씀은 자취를 감추고, 내심 정당한 대우와 협조를 못 받는 것 같아서 화가 났고, P국을 폄하하는 마음, 현지에서 겪은 갖가지 불편함에 대한 불평불만이 오가고, 해결사인양 주위 사람들에게 목청껏 지시만 일삼고 있는 나를 만났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봉사'의 가면 뒤에 숨어 있었던 오만함이 드러난 것이다.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여러 차례 거명되었던, '침묵'의 작가 엔도 슈사쿠(1923~96)는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극단대표, 방송 대담자 등의 이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소망이 있는 행복한 삶을 나누었던 일본의 국민작가 중의 한 분이다. 그는 수필집 '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에서 "마음으로 마음을 얻고자 해도 오히려 마음을 잃어버리는 마음이어라"라는 시구를 인용하며, 사람이 선한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선한 일이 거꾸로 사람의 마음을 교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지은이가 간파하고 있다며 자가당착에 빠지기 쉬운 인간군상에 대해 꼬집었다.

66년부터 81년까지 2,000여 명의 미국 평화봉사단원이 우리나라에서 교육, 공중보건, 지역개발 활동으로 자활의 길을 도왔다. 단원 중에 한 사람이었던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75년부터 2년 간 예산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하며 '심은경'이라는 한국명을 가졌고, 한국에 대한 사랑과 인연, 한국어 구사능력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감격스러운 사실은 평화봉사단과 더불어 김혜자, 한비야 씨가 함께하는 월드비전, 션·정혜영,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동참하는 컴패션 등이 논평을 했듯이, 도움을 받았던 수혜국에서 나눔의 후원국으로 변모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여름, 바야흐로 '봉사'의 계절이 왔다. 학교, 병원, 기업, 종교·NGO 단체, 정부출연기관(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에서 주관하는 봉사 계획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이다.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재충전을 위한 안식이나 더 좋은 스펙을 갖추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봉사를 계발하는 기관이나 이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 우리나라. 기쁨과 감사의 격세지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백광진 중앙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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