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중국 기조는 포위전략이다. 중국과 갈등을 빚는 아시아 주변국을 끌어안아 역내 현안에 공동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시아 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경제대국이 된 중국을 혼자 상대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팽창하는 중국을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역이용하자는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 '전략적 경쟁자'라는 기존의 양자적 인식에서 다자적 존재로 중국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지난해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 등의 영토분쟁이 계기가 됐다. 중국의 부상이 동아시아 전체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중국 대 반중국'의 대결구도가 형성된 탓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지 않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확산되는 이런 대중국 견제 심리와 무관치 않다. 대만 무기 판매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에 공개적으로 초청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반 중국 연대로 미국의 외교 지형은 크게 확대됐다. 남아시아의 맹주인 인도와의 밀착이 눈에 띄게 가시화하고 있고, 과거 적국이었던 베트남과의 관계도 크게 호전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인도와 베트남을 방문해 군사, 경제분야에서 대규모 교류 협정을 체결한 것은 중국이 아니었으면 생각하기 힘들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의 동맹강화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아시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겠다"며 아시아의 안보우산을 자처했다.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행보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 부근에서 항모 조지워싱턴이 참가하는 대규모 미일 합동해상훈련이 실시됐고, 천안함 사건 이후에는 중국 영해를 코 앞에 두고 서해에서 한국과 연합작전을 벌였다.
이달 들어서는 이지스함 2척이 포함된 미 7함대 소속 구축함 3척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은 아시아의 일원"이라며 집권 초부터 아시아 외교를 중시해온 점을 들어 미국의 균형추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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