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일반에 공개하는 특별전시회가 1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체 297권 중 71권을 중심으로, 창덕궁 후원의 규장각과 강화도 외규장각을 그린 옛그림 등 관련 유물을 함께 보여준다.
전시는 6부로 구성됐다. 의궤란 무엇이고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제작됐는지 설명하는 1부에 이어 왕권과 통치, 나라의 경사, 욍실의 장례, 추모와 기억 등 내용별로 구성한 2~5부, 외규장각 의궤가 약탈당한 1866년 병인양요부터 145년 만에 돌아오기까지 과정을 정리한 6부로 마무리했다. 숙종의 일생을 세자 책봉, 혼인, 장례 의궤로 돌아보는 특별 코너도 마련했다. 흔들리던 왕권을 확립한 왕답게 숙종의 의궤는 글씨와 그림에 당당한 기품과 위엄이 넘친다.
조선시대 통치 이념은 종묘제례, 친경(親耕ㆍ왕이 몸소 밭을 가는 의식), 영건(營建ㆍ궁궐 건축과 보수), 녹훈(錄勳ㆍ공신 포상) 관련 의궤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숙종이 역모를 막은 신하들에게 공신 칭호를 내린 과정을 기록한 ‘보사녹훈도감의궤’(1682)는 의궤로는 드물게 한문이 아닌 한글 문장이 포함돼 있어 이채롭다.
‘나라의 경사’를 어떻게 치렀는지 보여주는 의궤로는 왕실의 혼례, 책봉, 존호 등에 관한 것을 한데 모았다. 가례(왕의 혼례) 의궤의 반차도(행렬도)는 특히 화려하고 아름답다. 첫번째 왕비를 사별한 66세 영조가 15세 어린 신부를 계비로 맞아들이는 의식을 담은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1759)의 친영 반차도는 장관이다. 창경궁 홍화문을 출발한 영조가 별궁에 머물던 정순왕후를 데리고 창덕궁으로 가는 친영 행렬이 50쪽에 걸쳐 펼쳐지는데, 379필의 말과 1,29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당시로선 대단한 구경거리였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 스펙터클한 장면을 대형 동영상으로 제작해 생동감을 더했다. 그림 속 행렬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재현한 영상이 벽 하나를 가득 채워 눈길을 붙잡는다.
조선시대 왕실 의례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죽음에 관한 의식이었다. 임종과 장례 준비, 무덤의 조성, 장례 행렬, 삼년상 동안의 제사 등이 모두 엄숙하고 성대하게 치러졌다. 외규장각 의궤도 절반 가량이 장례에 관한 것이다. 장례를 총괄하는 국장도감, 빈소를 차리고 상복을 만드는 빈전도감, 무덤을 조성하는 산릉도감 의궤를 한데 모아 전시한다.
삼년상을 마치면 혼전의 신주를 종묘로 옮기고, 세상을 떠난 왕과 왕비에게 시호를 올리고, 왕의 영정을 제작해 추모하고 기억했다. 그 절차와 의식을 기록한 의궤들도 꼼꼼하고 아름답다. 국장 행렬 그림에는 왕이나 왕비의 시신을 모신 가마 뒤로 곡을 하며 따르는 궁인들이 보인다. 너울을 쓴 채 말을 타고 가는 그녀들을 하얀 삼베 휘장이 가리고 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한다. 22일 오후 2시에는 특별강연이 있다. 역사학자 이태진(국사편찬위원장), 이성미(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씨가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와 귀환의 의의에 관해 강연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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