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처럼 힘이 됐던 루이스를 잊을 수 없었어요."
가수 인순이(54)가 38년 전 가난하고 외롭던 15세 소녀시절 관심과 도움을 주었던 주한미군병사 로널드 루이스(58)씨와 감격적인 눈물의 상봉을 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을 순회공연중인 인순이는 15일 동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루이스씨의 집을 찾아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1분 이상 루이스씨를 끌어안은채 눈물을 쏟아냈다. 루이스씨도 울었고, 오누이 같은 두 사람을 지켜보던 가족들과 이웃주민들도 눈물을 흘렸다. 인순이는 "한국에 있을 때 루이스가 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내가 성공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그에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루이스와의 만남은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루이스씨는 인순이와 1시간 이상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정원에서 즉석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열창하기도 했다.
1972년 15세였던 인순이는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혼혈아로 따돌림을 받았고 그때 친오빠처럼 다가온 사람이 19세 청년 루이스였다. 경기 동두천 미군부대 근처에서 늘 혼자 앉아있는 인순이를 보아 온 루이스씨는 "동료 군인들과 함께 옷을 사주고 가능한 한 도움을 주려 했다"고 회상했다. 인순이는 "루이스의 선한 눈을 단 한번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루이스씨의 턱수염은 하얗게 변했지만 갈색 눈은 예전 그대로였다.
인순이는 루이스씨에게 '당신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글귀가 쓰인 조각상과 꽃을 선물했다. 바다 위 오리를 새긴 조각상은 파도를 타고 오르려는 인순이와 그를 끌어올려주는 루이스씨를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루이스씨는 답례로 그녀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첩을 선물했다. 그는 73년 본국으로 돌아가며 인순이를 찍은 사진들을 다시 만나면 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를 38년 만에 지킨 것이다. 루이스씨는 "잃어버린 수많은 기억을 되찾으라"고 말했다. 그는 17일 뉴저지주 시코커스에서 열린 인순이의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번 만남은 루이스씨를 꼭 찾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인순이의 사연을 들은 한 미군 장성과 페이스북 덕분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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