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18일 원청업체가 사내하청(하도급)업체에 부당하게 낮은 단가를 강요하거나 사내하청업체가 최저임금 이하를 지불할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항에 법적 구속력이 없고 하청업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원청업체에 부과된 의무가 유명무실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은 지난 5월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가 제시한 공익위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이드라인은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등 법적 근거가 있는 준수사항과 법에는 없지만 원청과 하청업체의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사항으로 이뤄져 있다. 준수사항에는 해고사유의 서면통지, 최저임금 준수 등이 포함돼 있다.
노력사항 가운데 노사정위안 발표 당시 재계가 ‘초과이익공유제’의 성격이 포함됐다며 반발했던 적정임금 보장조항은 ‘도급계약을 갱신할 경우 수급사업주(사내하청업체)의 기여를 고려하여 원사업주(원청업체)의 성과가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규정됐다. 하청업체 사업주를 교체할 경우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 원청업체 노사협의회에서 사내하청노동자 대표에게 의견 개진 기회를 줄 것 등도 노력사항으로 포함됐다.
고용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방노동청에 준수사항 및 노력사항을 지키지 않는 업체를 신고할 수 있는 ‘불법사내하도급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고용부가 선정하는 노사문화우수기업 선정기준에 가이드라인 준수항목을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력사항의 경우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를 신고해도 처벌이 불가능하고,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업체의 명단 공개에도 고용부는 난색을 표시해 가이드라인이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는 모두 정부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에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사내하도급이라는 고용방식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총 관계자는 “도급계약 체결을 이유로 원청에 사내하청 근로자의 고용관계 전반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이는 계약관계의 질서를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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