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문화재 가치만 이야기 하지 정작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불경 공부하는 우리 같은 사람 보기에는 내용이 훨씬 더 가치 있는 데 말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리 문화재 <직지(直指)> 를 두고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동국대 역경원장을 지낸 무비(無比ㆍ68) 스님이 하는 말이다. 듣고 보니 틀리지 않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일등공신인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가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찾아낸 뒤 <직지> 는 구텐베르크보다 80년 가까이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1377년)으로만 집중 조명을 받아 왔다. 직지> 직지(直指)>
무비 스님이 이 <직지> 를 완역하고 해설까지 붙인 <직지 강설> (전 2권ㆍ불광출판사 발행)을 18일 펴냈다. <직지> 번역은 동국대 역경원 등에서 펴낸 몇 종이 있다. 하지만 내용에 '강설'이라는 해설 글을 붙여 '선문답' 중심인 이 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소개한 것은 처음이다. 직지> 직지> 직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이 원래 이름인 <직지> 는 고려 말 백운(1299~1375) 스님이 스승인 석옥 선사에게서 물려 받은 <불조직지심체요절> 이라는 소책자에다 불교사에 등장하는 명 법어들을 대폭 추가해 만든 책이다. "가르침을 달라"는 제자에게 점잖게 책으로 일러 주었으니 '할(喝)' '방(棒)'처럼 꾸짖거나 때려 가르쳐야 할 선승답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고려 이후 선불교의 제일의 교과서로 자리잡았다.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 에는 비바시불, 시기불, 구류손불, 구나함불, 가섭불, 석가모니불, 미륵불 등 7불을 비롯해 인도의 조사 스님 28명, 중국 선사 110명 등 145명의 법어, 선문답이 담겨 있다. 무비 스님은 "고려 때 백운화상이 평생 공부를 한 권의 책에 집약한 것으로 경학, 조사의 어록, 불교의 다른 이치, 선문답의 기이한 일들이 한 권에 집약돼 있다"며 "내용으로만 봐도 우리가 자랑할 불서"라고 말했다. 직지>
"요즘 불교계에서 간화선(화두 수행)이 주목 받는데" 하면서 무비 스님이 소개한 책 속의 '신이하면서도 통쾌한' 일화 한 편. "개에게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공부하던 한 선객이 하루는 개 머리가 마치 해처럼 크게 입을 벌려 그를 잡아먹으려는 환상에 사로 잡혀 도망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중국 선사 덕산연밀의 가르침. "통렬하게 정신을 차려서 개가 입 벌리기를 기다려 그 속으로 치고 들어가라." 선객이 다시 수행에 들어가니 또 개가 나타나 있는 힘을 다해 머리로 개를 들이 받았는데 머리가 궤짝 속에 들어가 있더란다. 그가 훗날 대종사가 된 응진 선사다.
이미 27쇄를 넘긴 <금강경 강의> 를 비롯해 <임제록 강설> <화엄경 강의> 등 이름난 불경 역서를 낸 무비 스님은 "2003년 허리 수술 후 하반신의 50%를 못 쓰게 돼" 몸이 불편한 가운데 <직지> 의 번역ㆍ해설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선사들의 경지에서 선문답을 읽기에는 여전히 지혜가 못 미치더라"며 몸보다는 깨달음 부족한 것을 더 부끄러워했다. 직지> 화엄경> 임제록> 금강경>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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