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인 자녀가 부양을 거부해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경우가 3,0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복지 수급자 정기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5월 말부터 기존 수급자 중에 부양의무자(1촌 직계)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85%(4인 가구 기준 월 364만원ㆍ2009년 기준 중위소득) 이상인 경우 수급 정지 가능성을 통보하고, 이의신청을 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가족단절과 부양기피로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의신청이 빗발쳤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6월 한달 동안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3,574명에게 계속 혜택을 부여키로 결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종 특례제도에 따라 다른 이유로 혜택을 계속 받게 된 경우도 일부 포함됐지만 대부분은 가족단절이나 자녀가 부양을 기피한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일정소득 이상의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수급권을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향후 추진될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 수준을 감안해서 기존 수급권자 중에서 부양의무자가 중위(中位)소득(최저생계비의 185%) 이상인 경우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즉 부양기피를 당하고 있다며 이의신청을 해서 6월에 구제된 사람들은 중위 소득 이상의 소득을 가진 중산층 자녀(일부 부모)를 둔 셈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364만원 이상을 버는 자녀들이다.
이들의 부양 기피 사유는 과거 전혀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이혼 부모에 대한 거부감, 장애아동 등을 시설에 맡겨놓고 돌보지 않은 경우, 갈등과 장기간 연락단절에 따른 방기 등 다양하다. 권병기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에 부양기피가 확실한 복지사각지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도록 독려하고, 성과평가에도 반영하기로 하면서 구제받은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지방생활보장위에서 구제받은 인원은 총 3,504명이었지만, 올해 6월 한 달에만 이 수치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부양기피를 주장한다고 모두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부양기피를 확인하는 과정은 여전히 까다롭게 운영되고 있다. 계좌거래 확인, 부양의무자 의사확인, 가족관계단절에 대한 주변의 보증 등에 대한 조사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기피는 실질적으로 확실한 가족관계 단절이 증명되지 않으면 거의 인정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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