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워크숍, 토론회, 결의대회, 또 간담회…."
지난달 말 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경찰에 각종 회의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선 수사관들의 능력을 키우고 인권 등에 대한 의식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도 때도 없이 회의를 열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는 피로 호소와 함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7월 들어 진행된 전국 단위의 공식 간담회, 토론회, 워크숍 등의 공식 회의는 4건에 이른다. 한결 같이"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라는 게 회의 주제.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단위 회의가 이처럼 집중적으로 열린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조현오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 강남권 4개 경찰서 형사팀 간담회가 신호탄. 청장 간담회 직후 서울경찰청도 자체적으로 강남권 형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대국민 신뢰 제고 방안'간담회를 열었고 비슷한 시기 전국 각 지방청과 경찰서들도 머리를 맞댔다. 한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회의를 수사부서에서 주관했다"며 "그렇잖아도 바쁜 부서인데 본 업무를 제대로 보기 힘들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결의대회가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것인데 내부적으로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13일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관서 수사ㆍ형사과장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회의로 전국 형사ㆍ수사과장 등 530여명이 운집했다. 인권ㆍ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부터 경찰이 거듭나기 위한 쓴 소리를 듣고 수사 주체로서의 역할 정립을 위한 토론회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멀리서 찾아갔지만 얻은 게 별로 없다"고 시큰둥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경찰은 없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이뤄지는 게 태반이라 '이 역시 쇼 아닌가'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잦은 회의로 표출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9월 초까지 전국 수사 경찰을 대상으로 열릴 '순회 인권 교육ㆍ토론회'등에서는 가시적인 효과나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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